경박함을 경멸하는 이유는 나 역시 그 경계에서 아슬아슬거려서 일 것이다.





일대일 관계를 지향하지만 날이 갈수록 그것은 허구에 불가한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라는 의혹을 품게 된다. 상대의 신의를 의심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도 상대의 애정이 급격히 줄어들 때 다른 애정을 필요로 한다고 느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상대와 이별할 생각은 없지만 내가 만족할만큼의 섹스나 애정표현이 부족하기에 그것을 충족시켜줄 상대를 찾는 경우가 있다. 남자들은 그것을 생물학적 본능으로 포장하고 호기심이라는 말로 그다지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즐기곤 한다.


오래 사귄 여자친구를 두고 양다리 같은 바람이 아니라 가벼운 섹스를 하는 정도로 바람피는 남자들은 질리도록 듣고 봐왔다. 그들이 그것을 부끄러워하는 것도 본 적 없다. 너랑 사귈 마음은 없으니 섹스나 하자 당당하게 말하며 성적 매력을 드러낸다


반면 여자들은 어느 선에 가서는 이상할 정도로 과도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지나치게 섹스를 밝히고 음란한 게 아닐까 하는 자기 비판을 하며 모든 관계를 정리하곤 조신 모드를 유지하지만 생생한 욕망을 억누르고 있기에 그 상태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애정결핍이 원인이든 성적 욕구의 불만족이든 기존의 관계를 깨지 않으면서 다른 관계를 통해 문제를 봉합하려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그런 관계는 끝내는 게 현명하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별을 감당하기 싫고 모험이 두려워서 그런 방식으로 해소를 한다.


신의를 저버리는 나쁜 짓을 하고난 뒤 죄책감 느끼는 여자들의 상담메일을 제법 받게 되는데 그럴 수 있어라고 내가 이해를 해준다한들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런지 도무지 모르겠다. 나쁜 짓이라는 인식이 있고 그걸 선택했다면 끝까지 위악을 떨던가! 


아니면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상태에서 벗어날 용기를 내던가! 사귄다는 안정성을 기반으로 다른 욕구들도 채우려고 욕심을 내는 건 탐욕스러운 거 맞고, 이기적인 것이며, 나쁜 짓이다. 죄책감 느껴도 되는 일이다. 죄책감 느낀다고 없던 일이 되진 않는다


2014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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