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창에 빗방울이 하나 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커다란 가방 안을 더듬기 시작했다, 언젠가 챙겨 넣어 두었던 우산이 손 끝에 닿고서야 안심했다. 길다란 우산만 가득한 내 우산 리스트에, 손쉽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작은 우산을 하나 챙겨줬던 애인씨. 맑은 날의 하늘 색을 닮은 우산을 꼭 쥐었다.

 

두둑두둑. 빗방울들이 금세 굵어지고 세차게 쏟아졌다. 나는 버스 창을 열어 손바닥을 내밀었다. 떨어지는 빗방울이 시원했다.그리고 뚝 하고 한 방울. 내 볼에도 물방울이 떨어졌다.


 


버스 앞 자리에는 연인들이 다정하게 앉아있다.
불편해 보이지 않는 자세.
남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여자의 몸은 딱 맞아 보였다.

 

그렇게 딱 맞는 연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애인씨와 나의 모습을 보면서도 누군가는 딱 맞는 다정한 연인이라고 생각했겠지 싶어 씨익 웃어버렸다.

 

뭔가 딱 맞아.
다리를 포개어 있을 때도
팔베개를 하거나 해줄 때도
애인씨와 나는 서로에게 딱 맞는 퍼즐처럼 맞춰지는 느낌이라 행복해하곤 했다.

 

애인씨가 날 데려다 주던 그 버스에서.
나는 쓸쓸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등을 꼿꼿하게 세웠다.

 

다정한 연인은
내가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그렇게 어울리는 모습을 하고 앞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물을 품은 선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기적인 어른, 특히 부모라고 하자.  (0) 2008.10.05
차가운 발, 수면양말, 불면의 밤  (0) 2008.05.04
Rule  (0) 2007.10.11
여자의 짝사랑이 이로운 점  (1) 2007.02.14
진입금지  (0) 2006.05.12
당신의 빌.어.먹.을 집중력  (0) 2005.12.3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