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씨와의 싸움
우리 사이의 좋은 감정과는 별개로 싸움은 상황으로 인해 일어나게 된다.
이번 싸움은 우리 둘의 상황이 아닌, 애인씨의 상황에 대한 나의 대응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믿음과 걱정과 도움의 경계를 잘 잡지 못했기 때문에 애인씨에게 상처를 주었다.

애인씨는 나의 표현에 숨은 의도를 파악하기보다는 그저 일차적으로 반응하여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

 

나는 나의 애정의 과도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해 받을 수 없는 슬픔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나 우리 둘 사이에 반복되는 패턴으로

결국 생각하더라도 어떠한 결론이 나지 않는 문제였다.

내 행동을 바꾸고, 내 마음을 달리 먹는 것.

이해에 대한 나의 좁은 폭을 넓히는 것밖에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애같이 굴지 않게 되고 있구나 하고 만족감을 느끼더라도
가끔씩 이렇게 폭발하고 만다.
이해 받고 싶어하는 애처로운 몸짓. 구제할 수 없는 애정 결핍.

 

 

냉정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굳이 내가 내 이해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며,

나를 아프게 한 이 사람의 행동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이 과연 내게 좋은 일일까?

그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태도를 쉽게 바꾸지는 못할 텐데.

 

 

 

- 나는 그를 비난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 객관적으로 우선 순위를 정하고 싶었다. 변명 같은 걸 듣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결국 그 일로 제일 속상한 사람은 자신이라고 하지만, 그에게 감정적으로 동조되어 있는 나야 말로 너무나도 마음 아프고 화가 났었다. 나의 화를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 들인 그가 야속했다. 그런 것이 우리 사이에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할 것임을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언어가, 나의 말투가 그에게 비난조로 들렸다면, 그리고 그것을 물어보는 타이밍의 문제라면 내가 잘못한 것이다. 나 역시 감정에 휘말려 버렸기 때문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말 자체가 본질의 문제를 벗어나 싸움의 원인이 되는 것은 내게 슬픈 일이었다.

 

 

 

우리는 결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비단 우리 둘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나를 너무나 아끼고 사랑해주고, 그 사랑을 표현할 줄 알며 나에게 지극정성이며 나밖에 모르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하더라도, 그는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며 나 역시 그러할 것이다.

 

 

각 개인은 평행선이다. 절대 만날 수도 겹쳐질 수도 없는 평행선.

그러나 나는 그와 간격이 넓지 않는 평행선이고 싶다.

 

평행선을 좁히는 것.

 

 

 

 

나의 부질없는 이해에 냉소적인 태도가 생겨나려 할 즈음에

무릎팍 도사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마트에 뭘 사러 갔다가 계산을 기다리며 틀어놓은 TV에서)

 

끊임없이 져주고 끊임없이 이해하는 것.

그럴 자신이 없으면 사랑한다고 말하면 안 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이미연의 말에

 

사랑이라면,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사랑이라면, 내 사랑에 냉소를 보내선 안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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