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이라는 규정된 관계 속에서 섹스를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고 보편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서로 끌리고 호감을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급한 섹스가 관계를 망칠까봐 두려워 섹스를 유예시키는 건 자연스럽지 않다.
몇 번의 연애를 경험하면서, 어렵고 중요한 것 같으면서도 어쩌면 쉽고도 사소한 섹스에 대한 관념이 변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섹스는 친밀해지는 단계에서의 표현 중 하나이지, 섹스를 했다고 해서 그것이 상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관계를 규정지을 수 있는 증거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것이다.
연애를 하지 않고 있다고 해서 섹스도 하지 않는 상태라는 건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것은 시도를 하지 않거나,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 사람들이 도덕이나 정조 관념을 들먹이며 부러움에 가득찬 비난을 쏟아내는 것일 뿐, 당신에게 섹스는 사람을 알아나가는 방법 중에 하나 일지도 모른다.
순간의 진실, 혹은 충실함은 동물적 욕구를 미화시키는 표현이겠지만
외로움에 굴복하여, 간질간질 달아오른 몸을 진정 시키기 위한 하룻밤이었다면
당신은 현명하게 그 밤을 즐기고, 상처 받거나 주지 않고 잘 끝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람과 잘 지내보고 싶다'는 마음없이
'오늘 밤만 즐기면 된다'라는 식으로 쉽게 옷을 벗은 게 아니라면
몸이 먼저 친해진 뒤에도 마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는 당신일 것이다.
나는 그런 당신을 지지한다.
첫 만남에서 섹스를 한다고 해서 그것이 소위 '원나잇스탠드'와 동일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몸에 솔직한 관계야말로 서로가 원하는 것에 대한 대화가 자연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손으로 클리토리스를 자극해주는 것보다 혀로 핥아주는 걸 더 좋아한다거나
가슴이나 유두를 자극하는 것보다 오히려 등뼈를 쓸어줄 때 더 짜릿하다거나
삽입하고 난 뒤 피스톨 운동에만 몰입하지 말고 가슴도 만져달라거나
지루하고 심심하게 정상위만 하지 말고 다리를 들어 올려준다거나 하체를 살짝 어긋나게 한 채로 하고 싶다는 말을
사랑하는 남자의 자신감을 저하시키거나 자존심을 건드리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 함구하며
그다지 좋지도 않은 섹스를 하며 만족한 듯 연기를 하는 건 당신이 바라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당신의 모험과 시도는
그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들에게는 가볍고 쉬운 여자로 비춰질지도 모른다.
단지 하룻밤을 위해 당신에게 달콤한 말을 쏟아내던 신뢰하기 힘들고 어리석은 남자들이 제법 많기 때문이다.
당신에게 그런 일들이 쌓이고 쌓여 남자를 불신하거나, 연애에 대한 거부 반응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당신의 방법을 바꿔보라고 말하지 않겠다.
몸보다 마음부터 가까워지라는 말은 당신에게 올바른 조언이 아니다.
그것이 틀린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유롭고 매력적이고 참 괜찮은 당신에게
단지 몇 번의 잠자리만 원해서 당신에게 끌리는 남자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촉을 세우길 바란다.
불안정적이고 관계를 회피하려고 드는 사람들의 신호를 잘 읽어내길 바란다.
연애에 대한 불신은 당신의 선택이 만들어내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상대를 잘 고른 좋은 섹스는 좋은 관계로 이어질 수 있으며,
그것이야말로 참 괜찮은 당신에게 어울리는 연애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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