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회는 연애라는 현상에 기이할 정도로 과잉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연애’를 못해서 난리다.

연애담론은 넘쳐나고, 서점의 실용서 코너에는 연애비법을 전수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남녀가 등장한다면 연애하는 내용이 빠짐없이 등장한다. 각종 커플 마케팅은 연애를 하는 이들에게만 여러 가지 혜택을 제공한다.

 

‘짝’이 없음에 마음 한 켠이 쓸쓸한 사람을 더욱 서럽게 만드는 현상들. 마치 연애를 하지 않고 있는 사람에게 인격적으로 결함이 있다거나 비성숙한 사람이라는 근거 없는 비난을 하는 연애만능주의 사회, 연애공화국이라고 불러도 좋을 대한민국. 연애를 하면 만사형통이라는 착각을 심어주는 사회.

 

그러나 요즘 사람들의 연애 형태는 연애라는 행위의 가치를 폄하시킨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넘치는 에너지를 가진 청춘들에게 과잉된 관심사는 단연코 연애다. 그러나 10대, 20대들의 연애담을 들어보면 연애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것들이다. 100일을 채우면 오히려 촌스러운 것인냥 잠깐의 호감으로 간만 보고는 치고 빠지는 연애를 이어나간다. 호르몬의 영향으로 설레고 두근거리고 마냥 좋기 만한 상태만을 연애라 생각하고 관계가 깊어지면서 생기는 갈등과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다. 이립과 불혹의 나이가 되어서 하게 되는 연애도 한심하긴 마찬가지이다. 어른들의 연애는 관능을 모방한 변태이다. “너도 결혼생활 해봐서 알잖아?”라는 말로 불륜을 권하는 세태들이 넘쳐난다. 일탈이 로맨스가 되는 세상이다.

 

그런 연애가 판치는 세상에서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비정상적이거나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서른 넘은 여자가 연애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예민하게 구는 행동을 히스테릭하다고 폄하하거나, 연애를 안 해서 우울한 거라고 말하는 아주 단순한 진단들이 지긋지긋하고, 그런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상처가 되고 자신을 나약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당신은 그저 그런 연애나 하자고 지금껏 혼자 지낸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 당장 외로우니까, 대충 아무나 만나서 연애라도 해야겠다.’라는 식의 연애는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연애를 즐기는 타인의 행위를 까칠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그 와중에도 ‘낭만’적인 것을 포기하지 못하는 ‘순정’파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연애라는 행위에 뛰어들지도 못하고 있으면서, 직접 몸을 부딪혀가며 배워야 할 연애에 의미만 잔뜩 부여하고 머릿속으로 완벽한 연애만을 구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남들처럼 가벼운 연애는 하고 싶지 않아. 진짜 로맨스, 진실된 사랑. 완벽한 연애. 연애를 바라면서도 연애를 하지 못하는 자신이 늘상 내뱉고 있는 단어가 무엇인지 한 번 즈음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고매한 척하고 있지만 연애를 몽상만 하고 있다면 아무리 괜찮은 당신이라고 하더라도 손쓸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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