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손 한 번 잡아보는 게 소원인 모태 솔로의 여성들만 연애를 간절히 꿈꾸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줄 누군가를 원한다. 마음이 잘 통하고 자신이 세워놓은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이 나타나주길 바란다. 그런 근사한 사람과 연애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품는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잠들 때까지 우리는 연애 상황에 지나치게 노출되어 있다, TV를 켜면 연애가 주요 소재가 아닌 드라마는 찾아보기도 힘들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밀려 약간 주춤하긴 하지만 짝짓기 프로그램은 여전히 그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주변을 둘러보면 나만 빼고 연애중인 듯하다. 길을 걸어도,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어도, 쇼핑을 하러 가서도, 영화관에서도 모든 곳에서 분홍분홍한 연인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난 혼자다.

 

객관적으로 내가 쟤네 커플들보다 빠지는 거 하나 없어 보이는데 나만 혼자라는 사실이 납득되지 않는 상황들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데 비단신 같은 나는 왜 아직 혼자인걸까?

 

연애를 안 해본 것도 아니다. 사랑에 빠져 황홀한 기분도 만끽했고, 공공장소에서 민망한 애정행각을 해대는 민폐 커플 못지않게 우리 연애해요기운을 주변에 흩뿌리며 복숭아빛 연애짓도 해보았다. 이별도 해봤고, 상처도 받아 보았다. 몇 번의 반복. 기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느낀다. 연애는 소모적이다.

 

굳이 연애해야 해?

 

연애하지 않아도 세상에는 재미있는 것 투성이다. 연애는 시간을 갉아먹는 도둑처럼 여겨진다. 그와 무언가를 함께 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 결정을 내리기 위해 두 사람이 조율하는 시간, 내 곁에 없는 그를 그리워하거나, 의혹을 품은 채 괴로워하는 시간들은 얼마나 무의미하게 흘러가는가. 혼자 놀면 오로지 나만을 위한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덧붙여 최대한의 자유가 보장된다. 연애를 하지 않는다면 타인으로 인해 고통 받지 않고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억울한 마음도 든다. 커플 중심주의로 똘똘 뭉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미성숙하거나, 연애를 하지 못할 만큼 괴상한 성격을 가졌거나 어딘가 하자가 있다고 생각하는 주변의 시선들은 당최 납득할 수 없다.

 

차라리 둘이 사귀어서 다행이다 싶은 커플은 얼마나 많은가? 연애가 무슨 유세인 냥 싸움이라도 한 번 나면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며 징징거리는 바퀴벌레 같은 커플은 또 얼마나 많은가? 어디다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교양과 개념을 갖추고, 헉 소리 나올 정도로 아름답지는 않더라도 단정하고 깔끔하게 호감이 가는 사람으로 살아온 내게 단지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이유를 알겠다는 듯한 아아~’와 같은 반응은 무례하기 짝이 없다.

 

결혼적령기에 가까워질수록 악의는 없으나 배려도 함께 사라진 애인은 없냐? 시집은 언제 가냐?’와 같은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툭툭 던지는 질문을 들으면 괜스레 짜증이 밀려온다. 부모님께서 압박을 가할 때는 답답하고 불효를 하는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지만 깨알 같은 행복을 누리며 산 것도 아닌 부모님들이 결혼을 강요하는 건 설득력도 떨어지잖아.

 

이 글을 고개를 끄덕거리며 읽은 당신,

그러나 왠지 연애를 하긴 해야 할 것 같다 불안해하는 당신을 위해

이 글은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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