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011









안방 문을 여는 것은 금기가 아니었다. 그날 아침도 정민은 평소대로 “엄마, 밥 안 줘?”하며 방문을 벌컥 열었다. 그러나 정민이 문을 열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부모님은 깊이 잠들어있었다.

일요일 아침, 늦어진 식사준비에 배가 고파진 정민은 짜증을 부릴 생각이었지만 눈앞에 보이는 장면을 보고는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왔다. 이불도 덮지 않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잠들어있는 부모님의 몸을 아침햇살만이 감싸고 있었다.

열일곱에 그런 장면을 목격한 것은 충격적인 일은 아니었다. 키스할 때마다 가슴을 만지려고 별 수를 다 쓰는 남자친구 때문에 섹스란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 것인지에 대해 탐구를 하고 있던 정민이었기에 부부라면, 그것이 나의 부모라고 하더라도 섹스를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일반적으로는 당연한 것이지만 생각할수록 이 모순적인 상황에 정민의 머리는 오류가 날 것 같았다. 두 분의 삶에 섹스라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지난 번 부부싸움에서 결국 아버지는 손을 들었고, 어머니는 코뼈가 주저앉아 응급실에 실려 갔다. 아버지는 폭력을 사용했지만 정민은 과민한 어머니를 말리기 위한 행위였음을 알고 있다. 이번에도 부서진 전화기는 어머니가 던져 못 쓰게 된 열네 번 째 전화기였다.

일러스트ⓒ이은아
정민은 항상 싸우는 부모님을 보며 두 분이 그냥 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행복한 아이인 척 가장할 수 없게 편모 혹은 편부의 자녀가 되는 걸 은연중에 두려워했다. 화목한 가정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정민은 ‘부모님 이혼’이라는 서류로 증명되지 않았기에 친구들 앞에서 혹은 선생님 앞에서 언제나 좋은 환경에서 반듯하게 자란 아이인 척 하며 자신의 상처를 감추려고 애썼다.

그런 부모님이 사랑하는 사이에서 하는 행위라는 섹스를 했다니, 열일곱의 정민은 섹스와 사랑을 동격에 두었고 그 순간은 안도했다. 부모님이 섹스를 한 그 며칠간의 집안 분위기는 상당히 부드러웠고, 어쩌면 늘 꿈꾸며 간절히 바라던 행복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기도 했다.

그러나 부모님의 싸움은 그 뒤로도 계속 되었다. 스무 살이 되어 대학에 입학하고 더 이상 부모님과 한 집에 살지 않아도 되었을 때 정민은 진심으로 자신만의 행복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생각했다.

정민은 남자와 싸우지 않았다. 평화를 유지했지만 결국 매번 어긋나 버렸고 한 사람과 정착된 관계를 맺지 못했다. 정민은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부딪히고 싸워야 할 순간, 남자가 목소리를 높이려고 하면 그의 입에 혀를 넣어 진한 키스를 하며 곧장 그를 흥분시켜버렸다. 그의 허리벨트를 풀고 곧장 페니스를 애무했다. 싸움을 피할 수만 있다면 하루 종일 섹스만 할 생각이었다.

부모님처럼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을 도피한 채 과도하게 시도하는 섹스, 아무리 남자들이 섹스에 열광한다 치더라도 정민은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섹스가 문제의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은 정민의 실수였다.




이코노미스트 1073호












섹스리스한 삶은 결코 괜찮지 않다. 섹스리스한 삶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태도는 잔인하기 짝이 없다. ‘괜찮다’ 되뇌며 자신을 속이며 살아가더라도 결국 그렇게 참아온 불만은 터져버리게 마련이다.

 

일러스트 ⓒ 이은아
결혼한 지 7년 만에 제 집 마련에 성공한 지연은 집들이에 직장 동료들을 초대했다. 디자이너인 지연의 남편이 고른 가구와 각종 인테리어 소품에 다들 감탄하며 부러워하고 있을 때였다. 현이 지연에게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둘이 같이 안자죠?” 지연은 놀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남편과 한 집에 살고 있지만 생활공간을 나누어 서로 간섭하지 않고 살고 있었다. 섹스를 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약혼녀와 동녀 중인 현은 지연의 집을 둘러보다 자신의 집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농담처럼 던진 말에 ‘들켜버렸다’라는 표정을 짓는 지연을 보니 미안한 마음과 차라리 잘 됐다는 마음이 교차했다. 

  “내 약혼녀는 키스만 해도 헛구역질을 해대죠. 하긴 자기 혼자 양치질 하다가도 우웩거리는 여자니까. 5년 만났는데 한 세 번 키스 했나. 그러니 섹스는 당연히 생각도 못하죠.” 현은 자신의 고민을 지연에게는 말할 수 있었다. 믿음, 사랑, 소망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은 ‘의리’임을 알기에 다른 여자를 만나야겠다거나 약혼녀와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섹스만 제외하곤 둘은 천생연분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남편은 가사 일도 도맡아 해주고 내가 사회생활 하는 것도 잘 이해해주니까. 아이가 없는 것도 오히려 편해. 남들은 걱정하지만 우린 그 덕분에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

  서로의 비밀을 공유한 현과 지연은 급속도로 친해졌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야근 후에 단둘이 술을 마시는 일도 종종 생겼다. 그러나 뻔한 불륜스토리처럼 되고 싶지 않았던 지연과 현은 실수하는 일없이 깔끔한 관계를 유지해나갔다. 

  그러다 현이 회사를 그만두기로 한 날. 단둘이 이별주를 마시다 지연이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그냥 이렇게 사는 건 아닌 것 같단 생각이 자꾸 들더라. 나도 여자인데, 누군가의 따뜻한 품에 안겨 잠들고 싶은 밤들을 떠올리게 되는 거야. 그래서 남편한테 병원에 같이 가보자고 했어. 남자는 지금 완벽하고 만족스러운 상태인데 왜 다시 그런 문제를 꺼내야 하는 거냐고 하더라. 첫사랑인 그 남자랑 결혼해서 평생 그 사람 밖에 모르고 살았어. 그러니 다른 사람이랑 했을 때도 같은 문제가 생기는 거라면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포기하고 살고 싶어. 내일부턴 회사에 나오지 않는 사람이니까 뻔뻔하게 부탁하는 건데, 나 좀 도와주면 안 돼?”

  괜찮다. 그 말로 버텨온 시간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은 술에 취해 흐릿해진 판단력으로 그녀를 안은 것이 아니었다. 변명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 순간에는 그래야 했다.

  “우리가 결혼하고 나서도 그러면 어떡하지?” 현의 질문에 약혼녀는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잘 참아줄 순 없어?”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그 말이 얼마나 가혹한 것인지 전혀 모르는 약혼녀의 얼굴. 현은 괜찮지 않았다. 도와달라고 말하는 그녀의 간곡한 목소리가 현을 자각시켰다.

  오래도록 누군가를 안아본 적 없는 현이었기에 자신의 미숙함이 그녀를 또 상처 입히는 건 아닐까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그런 우려와는 달리 삐걱거릴 것 같았던 둘의 섹스는 잘 맞춰진 퍼즐처럼 순조롭게 격정적이었다. 그들은 섹스를 하지 않고 살아도 아무렇지 않은 무성(無性)의 사람들이 결코 아니었다.




이코노미스트 1070호










 







이코노미스트의 특별부록으로 만들어진
<행복한 인생 2막, 아름다운 그대는 액티브 시니어>의
CHAPTER 5 <性은 늙지 않는다>를 맡아서 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제 사진도 실린 마당에 왜 제 이름이....김현전, 김현장도 아니고 완전 다른 김현주라고 들어가 있는 것일까요?
성칼럼니스트'은'이 아니라 '는'이지 않습니까? 이런 오타에 오골오골. 
CHAPTER 5에 4개의 글을 실었는데 전부 김현주로 들어가 있어서 속상했어요.
- 기자님이 밥 사주신다고는 했지만 속상한 건 속상!


그런데 '그래도 이코노미스트'라고 긴장 타며 - 원고 마감도 며칠 남지 않은 상태에서 청탁을 받아서 더욱 그랬죠. 
평소 제가 쓰는 글보다는 좀 더 품격있게 쓰려고 하다보니 좀 딱딱하게 쓴 것 같지만
오늘 책 나온 거 받고 빵터짐.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는 굴에 아연이 많이 들어가 있으니 섭취하면 좋다'라는 내용이건만.
어째서 중제가 <남자는 우유·토마토>인가요? 뭔가요?   
 
 

모르는 사람은 제가 저렇게 중제를 뽑았을 거라 생각할텐데 부끄럽네요.
아닙니다. 전 아니예요.
우유라뇨.
전 우유, 될 수 있으면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쪽인걸요!
칼럼에도 우유 좋다는 말은 한마디로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어쨌거나 우여곡절과 실수는 많았어도
<이코노미스트>에 글을 싣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전 본명은 김현주가 아니예요. 현정입니다.











OCTOBER 2010


대담하기 이를 데 없는 질문을 한 보따리 싸 들고 적나라할 정도로 솔직하고 도발적이며 발칙한 ‘섹스 칼럼니스트’들을 만나고 왔다. 이들은 우리나라 20~30대 남녀가 침대에서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섹스 고민을 안고 사는지 정말 알고 있을까?

 

 

 

 



포르노와 온갖 에로틱한 정보로 포화된 문화에 자극받아 언제든 취향에 맞는 파트너를 골라 금세 섹스를 하고 헤어지는 21세기 대한민국 20~30대 남녀들에게도 섹스에 대한 조언이 필요할까? 문득 ‘꼴리는’ 날엔 ‘여기 누가 있는지’ 리스트를 훑어보고, 사진을 체크하고, 만난 상대와 호텔에 갔다가 쿨하게 헤어지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당신에게 말이다. 게다가 클릭 한 번으로 버라이어티한 체위를 3D로 감상하며 공부할 수 있고 은밀한 섹스 판타지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도 있지 않은가! 자유분방하고 섹시한 매력이 가득 넘치는 서울이란 대도시를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당신이 ‘섹스’라는 극도로 자연스러운 행위를 하는 데 전문가의 조언과 팁을 필요로 한다니, 소위 이 방면의 ‘전문가’로 불리는 이들은 똑똑하고 섹시한 당신 같은 사람을 대상으로 어떤 어드바이스를 하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섹스 칼럼니스트’라는 명함을 내밀며 직업적으로 섹스 스토리만 다루는 이들이라면 방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특유의 뻔뻔함과 도도함으로 무장한 채 섹스에 무지한 이들을 계몽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글을 쓰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일반적인 대한민국 20~30대 남녀들이 하는 섹스 고민과 이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알려줄 거라는 기대감도 점점 커졌다. 섹시하고 똑똑하고 도발적인 섹스 칼럼니스트들을 취재하고 싶었던 코스모의 의욕은, 음지에서의 활동을 원하며 사진이 나가는 인터뷰는 끝끝내 거절했던 여러 칼럼니스트들에 대한 실망감에도 꺾이지 않고 4명의 당당한 라이터를 카메라 앞에 세웠다.

 

 

 

 

[이연희]

대한여성 오선생찾기 운동본부 팍시러브넷(foxylove.net) 대장, 매거진과 일간지에 섹스 칼럼 기고, 저서 <즐거운 딸들>

 

얼굴 공개를 안 하려는 칼럼니스트가 의외로 많아서 조금 실망했어요! 나만큼 수위가 높은 글을 쓰는 분은 별로 없을 텐데 왜 그러시지? 대부분 연애 얘기에 섹스를 약간 가미한 정도 아닌가? 다 공개하고도 난 시집 잘 갔는데, 하하.

 

여전히 보수적인 대한민국에서 여자가 섹스 얘기를 쓴다는 건 역시 힘든 일이겠죠! 난 미혼 때부터 섹스 칼럼 썼고 성인 사이트도 운영했어요. 물론 걱정하는 소리 많이 들었죠. 그런데 이게 난데 어쩌겠어! 이런 모습에 상처받고 분노하는 사람이라면 결혼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죠. 제가 천성이 원래 좀 뻔뻔해요.

 

한창 나이인 20대에 왜 섹스 칼럼니스트가 되기로 결심한 거죠? ‘여자와 원나잇 스탠드 하는 방법’, ‘여자를 잘 꾀는 방법’ 등 남자들이 쓴 글에 반박 글을 썼던 게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제 글에 악플이 엄청나게 달렸는데, 그 때문에 성질이 나서 오기로 계속 글을 썼죠. 악플일지언정 반응은 굉장했어요. 그렇게 온라인상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했고, 점점 ‘섹스 담론화가 정말 필요한 일이구나’라는 사명감이 들기 시작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인터넷에 온갖 섹스 정보가 떠도는 요즘 시대에도 섹스 칼럼니스트가 필요할까요? 질과 클리토리스를 구분 못 하는 30대가 얼마나 많은지 알면 깜짝 놀랄걸요? 섹스를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왠지 떳떳하지 못한 것 같고 죄책감을 갖게도 하니까. 대중적인 매체에서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접근도 편하고, ‘섹스’에 혈안이 된 사람은 아니라는 면죄부도 주고.

 

그간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독자나 팬이 있다면요? “대체 얼마나 밝히기에 만날 오르가슴 타령이냐!”, “그렇게 잘하면 나랑 한번 자자”라는 리플이 제일 많은데 그 와중에 이 직업에 보람을 느끼게 해준 분이 계세요. 미국에 이민 가 살고 계신 70대 할아버지신데, 여전히 왕성한 섹스 라이프를 즐기고 계시거든요. 활발히 성생활을 하니까 노후가 너무 즐겁다고 하시는데, 뿌듯하더라고요.

 

다양한 남자들과의 경험이 풍부해야 할 것 같은데, 섹스 라이프는 활발하신가요? 결혼하기 전까진 꽤 여러 명과 자봤죠. 사랑은 배제하고 섹스만 논하는 칼럼을 썼는데, 테크닉을 논하려면 스스로 경험이 풍부해야 하니까요. 섹스를 음미하려면 오래 만나 서로 길들여진 관계가 좋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20대 후반부터 한 남자를 오래 사귀기 시작했죠.

 

섹스를 즐길 줄 알려면 역시 다양한 경험이 중요한 거겠죠? 능동적인 자세로 섹스를 하고 즐기는 건 중요한 거니까. 되도록 많은 남자들과 만나고 밥 먹고 섹스해보는 경험은 나중에 남자를 고르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남자에 대한 환상을 없애주고 나 자신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해주니까요.

 

요즘 쓰고 계신 칼럼의 주제를 물어봐도 될까요? 여자의 ‘마스터베이션’. 진정한 오르가슴을 찾으려면 적극적인 마스터베이션 실천이 필요하거든요. 여자들 자신도 거부감을 많이 느끼는데 그걸 깨는 걸 일종의 사명감으로 삼고 있어요. 남자의 사정이 섹스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여자들이 스스로 즐기는 섹스를 하게 되길 바라요.

 

 

 

[정우영]

피처 에디터

 

<GQ>의 섹스 칼럼은 대부분 에디터의 체험담이잖아요. 수많은 독자들이 읽는 대중적인 잡지에 프라이빗한 내용을 공개하는 건 어떤 기분이죠? 제가 특별히 다른 사람보다 경험이 많거나 스킬이 뛰어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단지 직업이니까, 배당받은 칼럼이니까 쓴다는 것이 더 솔직한 심정이겠죠. 남자들 대부분이 포르노 보면서 자라잖아요. 그리고 섹스할 나이가 되면 포르노 세계와 실제 여자친구와 자는 침대는 완전히 동떨어진 세계라는 걸 깨닫게 되죠. 다만 평범한 남자로 거기서 오는 좌절감을 잘 알고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칼럼을 쓰고 있어요.

 

섹스 기사 때문에 여자친구랑 헤어지는 에디터가 꽤 있다고 하던데! 여자친구 나이도 확 낮추고, 외모도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묘사했는데 귀신같이 알아채고 엄청 화를 내는 바람에 결국 헤어지는 상황까지 갔던 적이 있긴 해요. 제 직업을 알고 나선 섹스 도중 “오늘 얘기도 쓸 거야?”라고 묻는 여자도 늘었죠.

 

스스로 즐기는 섹스 라이프의 어떤 점이 칼럼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지? 제 섹스 칼럼 내용이 100% 다 제 경험담이라고는 말 못 할 것 같아요. 굉장히 공감 가는 지인의 이야기에 문학적인 상상력을 더한 글도 몇 개 있으니까. 칼럼을 위해 일부러 여자를 만나 섹스를 하지는 않지만, 섹스 도중 ‘아, 이번 달엔 이거 쓰면 되겠다’는 생각은 종종 하는 것 같네요.

 

온갖 섹스 정보가 넘치는 요즘에도 섹스 칼럼니스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오히려 무분별할 정도로 정보가 너무 많으니까 믿을 만한 칼럼니스트의 글을 독자들이 더 필요로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 경우 양보다 질을 우선시한다는 거죠. 진정으로 어드바이스를 얻고 싶어 하는 독자라면 믿을 만한 매체에 기고하는 칼럼니스트의 의견에 귀 기울일 거라고 생각해요.

 

어느 잡지든 섹스 칼럼이 가장 인기도 많고 반응이 센 것이 사실이잖아요! 기자로서 사명감이랄까, 그런 건 없나요? 요즘같이 섹스 콘텐츠가 넘치는 시대에 독자를 흥분시키기 위해 야한 글을 쓰는 기자는 거의 없지 않을까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에서 내보내는 칼럼인 만큼 섹스 역시 라이프스타일의 한 섹션으로 보고 다루려고 노력해요. 제 얄팍한 경험을 바탕으로 섹스에 관해 교육을 시킨다거나 답을 내리려는 생각은 정말 없고요!

 

멋진 섹스, 기억에 남는 섹스를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나요? 글쎄, 진부하다고 해도 하는 수 없는데, 결국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요. 섹스가 보드게임 같을 순 없잖아요. 오로지 ‘섹스’란 골을 향해달려갔다가 골을 넣으면 천편일률적으로 만족감을 느끼는 게 남녀 관계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나이 차라든지, 그 전의 히스토리, 그리고 둘 사이에 흐르는 감정을 무시할 수 없을 테니까. 오히려 그런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또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결국 감동이 있는 섹스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말이죠!

 

 

[김현정]

블로그 ‘생각보다 바람직한 현정씨’ (http://desirable-h.tistory.com) 운영, <아레나> 등 매거진 칼럼 기고, 현재 <일간스포츠> ‘섹시 토크’고정 칼럼 기고 중

 

전화 통화할 때 목소리가 굉장히 얌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첫인상 역시 참하시네요. 은근 글래머러스한 것도 같은데 남자들과의 관계는 어땠나요? 20대 땐 좀 더 도발적인 이미지가 강해서 대시를 많이 받았어요. 부모님이 진보적인 성향이 강하신데도 전 오히려 남자와 섹스까지 가는 게 두렵달까, 그땐 그런 생각이 강했던 것 같아요. 20대 초반엔 그냥 섹스를 동경만 하다가 24세가 되어 첫 경험을 했으니까 좀 늦은 편이죠.

 

지금 ‘출판 편집자’라는 본업이 있는데 어떻게 ‘섹스 칼럼니스트’란 명함을 갖게 되었나요? 싸이월드 페이퍼에 남자친구를 사귀면서 일어나는 일을 오랫동안 일기 쓰듯 써왔어요. 그런데 남성 패션지 어시스턴트를 하던 후배 소개로 제 글을 본 에디터가 추천해줘서 처음 섹스 기사를 쓰게 됐죠. 그걸 시작으로 계속 칼럼을 요청하는 연락을 받으면서 여기까지 왔네요. 회사에 제가 ‘섹스 칼럼니스트’라는 또 다른 명함을 가지고 활동한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았기 때문에 몇몇은 알고 계시는 것 같고요. 뭐, 별다른 말씀 없으신 것 보니 문젠 없는 것 같죠?

 

그래도 미혼 여성이 섹스에 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글쎄, 이게 뭐 그렇게 숨겨야 하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나 다 하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행위에 대해 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다른 거부감 없이 시작했어요. 제 경험을 과시하려고 쓰는 게 아니라 이렇게 자연스러운 행위에 대해 성찰하고 고민하면서 나오는 글을 공유한다는 느낌이었으니까요.

 

블로그에 가봤더니 방명록에 누구나 글을 남길 수 있도록 설정돼 있더라고요. 짓궂은 독자나 괜히 색안경 끼고 보는 사람은 없었나요? 주위에 보니 악플이나 짓궂은 독자들 때문에 속상해하는 칼럼니스트가 꽤 있는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저한테는 공격적인 이야기를 하는 남자 독자는 한 명도 없었어요. 방어적으로 글을 써서 그런 걸까요.

 

현정 씨 칼럼에도 금기하는 주제가 있나요? 저의 경우 특별히 절대 못 쓰겠다, 이런 건 없어요. 다만 제가 공감할 수 없는 내용은 쓰지 않아요. 예를 들어 친구가 새로운 경험을 해서 독자들이 궁금해할 내용이란 생각이 든다고 해도 제가 거부감을 느끼거나 공감이 가지 않는 내용이라면 쓰기 힘들더라고요.

 

현정 씨가 생각하는 ‘잘하는’ 섹스는 무엇인가요? 그 순간을 ‘좋다’고 느끼면 서로 ‘잘한다’고 생각하겠죠? 테크닉은 굉장하지만 저를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섹스를 했다면 제 몸은 만족했을지 몰라도 마음은 허무했을 것 같아요. 몸과 마음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섹스를 해야만 ‘좋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거죠. 너무 소녀 감성인가?

 

그럼 서로 좋은 섹스를 하려면 뭐가 가장 필요할까요? 어느 크리스마스이브 땐가, 남자친구를 위해 가터벨트와 섹시한 속옷을 입고 침대에서 기다리고 있었죠. 그런데 제 모습을 보자마자 그가 얼른 이불을 씌우는 거예요. 굉장히 당황했죠. 알고 보니 그는 흰색의 소녀적인 취향의 속옷을 좋아하는 타입이었어요. 물론 속옷을 얼른 갈아입고 다시 등장했죠. 서로에게 솔직해지고, 각자의 취향에 귀 기울이면서 서로에게 맞추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중요해요!

 

‘섹스 칼럼니스트’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설파하는 주제가 있다면요?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빅과 캐리가 처음 만나 둘이 부딪힐 때 캐리의 파우치에서 콘돔이 주르륵 쏟아져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둘이 사랑하고 연애하는 데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게 정말 부러웠어요. 제가 글을 쓰면서 좋은 섹스에 대한 답을 준다거나 다른 칼럼보다 색다른 정보를 준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피임 문제에 대해서는 남자들의 배려가 필요할 뿐 아니라 여자들도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답니다.

 

 

 

[팬케이크]

픽업 아티스트 강사이자 <유혹의 달인> 저자

 

픽업 아티스트라, 전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직업일 것 같은데요? 영화 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은데. 전 좀 더 체계화된 강사고요, 회원 수도 훨씬 많죠. 온・오프라인으로 강의를 하고 있으니까. 매달 5~6명씩 새로운 회원이 들어오는 것 같아요. 수업료가 120만원으로 만만치 않은데도 말이죠.

 

그런 직업을 가지고 <유혹의 달인>이라는 책까지 쓸 정도면 여자 경험이 꽤 많아야겠는데요? 그간 300명이 넘는 여자들과 자본 것 같네요. 표본 집단, 대조집단이 많으니까 제가 내는 평균은 믿을 만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체위나 여자를 만족시키는 방법 등 온갖 외국 자료는 다 찾아봤어요. 또 파트너를 대상으로 인터뷰하면서 나이별, 직업별, 성향별로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분석하고 있고요. 그래서 이렇게 마스크를 쓰고 있는 거예요. 얼굴이 알려지면 제가 작업을 걸 수 없을 테니까.

 

대체 어떤 남자들이 회원으로 소속돼 있는 거죠? 학생으로 만나봤을 남자들이 어떤 분들이었는지 궁금해지는데요? 잡지에 소개되는 남자들은 대부분 여자 만나는 데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보이는 잘나가는 사람들뿐이지만, 대한민국엔 여전히 한 번도 여자를 못 사귀어봤거나 항상 여자에게 당하기만 하는 남자들이 굉장히 많이 있어요. 전 제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다 단기간에 여자를 만나서 남자가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는 거죠.

 

그럼 직업적인 이유로 일부러 섹스를 하시는 거네요? 물론이죠! 정말 여자 경험이 없어서 여자를 한번 만나보고 싶어 오는 남자도 있고, 원나잇 스탠드 노하우를 물어보러 오는 경우도 있죠. 또 결혼 상대를 찾는 방법을 알고 싶어 오는 회원들도 있어요. 다양한 경우의 회원들을 상대하고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저 역시 다양하고 화려한 스펙트럼을 갖춰야 하죠. 나이, 직업, 학벌이 다양한 여자들을 만나 경험해보고 각각에 맞는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어요.

 

이런 직업을 가지게 된 데에는 굉장히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제가 바보 같은 남자 중 하나였거든요. 사랑도 돈도 모두 퍼줬던, 정말 사랑했던 여자에게 버림받고 더 이상 저 같은 남자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반대로 팬케이크 님처럼 상처받을 여성이 생길 것 같아 걱정되는데요? 파트너에게만큼은 매너를 지키고 서로에게 좋은 추억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라고 회원들에게 강조하고 있어요. 너무 숙맥인 남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어드바이스 중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뭔가요? 서로의 만족도를 높이는, 예를 들어 호텔에 갈 때 캔들을 준비하고 아이폰에 재즈 뮤직을 좀 저장해 가라든지, 호텔에 들어가서는 부드럽게 섹스까지 갈 수 있도록 어떤 말을 건네라는 것부터 여자를 만족시키는 애무법이나 체위까지 자세한 교육을 시켜주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섹스에 관해 어드바이스하는 데 굉장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픽업 커뮤니티 ‘KPUA’를 운영하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남성들이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으니까요. 약간의 노하우만 안다면 훨씬 쉽게 즐기고, 사랑을 나눌 수 있고, 또 파트너와 좋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데 많이 안타까웠어요. 제 일은 남자뿐 아니라 그 남자와 즐거운 밤을 보낼 여자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기획 / 박인영












2010

일간스포츠 창간 41주년을 맞아 여자 성칼럼니스트와 여대생 4명이 발칙·대담한 性(성) 이야기를 펼쳤다. 본지의 인기 칼럼 '5인5색 릴레이 토크, 발칙 혹은 대담'을 쓰고 있는 이영미(35)·김현정(29) 칼럼니스트와 S여대 4학년인 이유리(24)·손영지(23)씨가 지난 28일 저녁 서울 중구 정동극장 카페에서 발칙한 성 얘기를 대담하게 쏟아냈다. 이들은 첫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친한 언니, 동생인양 서로의 성 경험담이나 궁금했던 점들을 스스럼없이 얘기했다. 우리나라의 낮고 이중적인 성의식에 대한 성토로 시작된 경험 풍부한 성칼럼니스트와 풋풋한 여대생들의 성대담을 정리했다. 여대생들의 학교와 이름은 당사자들의 요구로 이니셜과 가명으로 썼다.





-혼전순결 지키지 않아도 돼. 하지만 여대생들 몰라도 너무 모른다.
(영지) “결혼하기 전까지 절대 안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없다. 하지만 의외로 널리고 널린 야동 한번 안본 애들이 많다. 학교 비밀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피임법도 몰라서 물어보는 글이 하루에도 몇 개씩 눈에 띈다.”

(유리) “중·고등학교 때 성교육이라고 받은 것에서 기억나는 건 남자·여자 생식기, 사진도 아니고 그림 밖에 없다. 실제로 섹스를 앞두고 쓸 만한 정보는 없다. 섹스를 하지 말라고 가르칠 뿐이다. 그런 교육을 받고 자라다보니 인터넷에 정보가 널려있는데도 자발적으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 나부터도 미용실에 가서 여성잡지를 볼 때 뒷 부분에 실린 성 관련 기사, 읽으라고 실어놓은 건데 괜히 눈치를 보게 된다.”


(영미)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20대 후반 여성도 자궁 외 임신이 뭔지 모른다. 심지어 남친이 질내에 사정했을 때 콜라로 세척하면 된다(캔을 흔들어서 거품이 쏟아져 나오면 질내까지 들어가 소독이 된다는 것)는 황당한 얘기를 믿는 여학생도 있다.”


-여자가 콘돔 가지고 다녀도 이상하지 않다.
(현정) “남자는 여자가 먼저 '콘돔 안 쓰냐'고 하면 놀란다. '좀 놀았구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콘돔은 여자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원하지 않는 임신을 했을 때 여성이 훨씬 살아가기 힘들다. 그러니 여자가 콘돔을 가지고 다녀도 이상할 것이 없다.”

(영지) “해외 유학 때 외국 남자들은 콘돔을 가지고 다니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것 보고 한국 남자들과 성의식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현정) “섹스할 때 콘돔은 가장 손쉬운 피임기구이다. 콘돔을 쓴다면 100번이고, 1000번이고 섹스해도 좋다. 그러나 고등학교 성교육시간에 처음 콘돔을 접할 때 선생님이 사용하는 법보다는 찢어지면 큰일 난다는 두려움만 심어줬다. 그래서 남친이 콘돔을 사용해도 꽤 오랫동안 불안해서 섹스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남친 있는 여자가 방광염 걸리는 건 자연스럽다.

(영미) “한 여자 연예인이 남친이 생겨 뜨겁게 사랑하다가 방광염에 걸렸다는 얘기가 증권가 찌라시에 흠인 양 나온 걸 봤다. 여자가 성관계를 하다보면 흔히 걸릴 수 있는 질환이다. 자연스러운 것인데 큰 죄라도 지은 것 처럼 여자를 몰아붙이는 것을 보면 무척 불쾌했다.”

(현정) “나도 첫 섹스를 하고 나서 방광염에 걸렸다. 섹스가 원인이 되어 염증에 걸렸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병원에 가서 말하면서 내가 뭔가 잘못된 일을 한 것 같은 죄의식을 가졌다. 그럴 수도 있다는 걸 누군가 알려줬다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는 나도 성에 대해서 무지했다.”


-여자가 원하는 자세를 말하면 '까진 여자'?

(유리) “여자가 섹스할 때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고 하면 남자들은 '까진 여자'라고 생각한다. 또 남친이 요구하면 혹여 거절했을 때 상처받을까봐 들어주는 여자들이 많다.”

(현정) “여자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내가 원할 때와 원하는 방식이 아니면 남친 자취방에 끌려가서 대주는 것 밖에 안 된다. 여친을 사랑하고 정말 괜찮은 남친이라면 여자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자위는 자기 몸에 대한 탐구다.

(현정) “어릴 때는 자위를 할 거면 차라리 클럽에 가서 원나잇(즉석 만남으로 성관계를 가지는 것)을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자위가 오르가슴을 찾는 통로라는 걸 알게 됐다. 여성의 몸은 삽입 섹스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자기 몸을 알아야 즐거운 섹스를 할 수 있다. 자위는 자기 몸에 대한 탐구이다.”


-속궁합은 성기 크기가 맞아야 되는 게 아니다.
(영지) "남녀 간의 속궁합이라는 게 존재하는 건지, 또 중요한 것인지 궁금하다."

(유리) "속궁합이라는 건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많이 그 차이를 느끼는 게 아닐까 싶다."

(현정) "삽입 자체에서 쾌감을 얻는 남자보다는 여자가 좀 더 민감하게 그 차이를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속궁합이라는 것은 남자가 나를 대하는 태도와 섹스에 대해 서로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

(영미) "성기의 크기가 맞아야 되는 것은 아니다. 남녀의 마음과 마음이 맞아야 한다."


-현실과 야동 구별 못하면 '찌질남'

(영지) "일본 야동의 변태적인 성행위를 연인 사이에서도 하는 것으로 아는 또래 여자들의 남친이 있다. 둘이 대화가 잘 돼서 하면 상관없지만 남친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 곤란하다."

(유리) "야동에 나오는 적극적이고 몸매 좋은 여자 이미지를 여친에게도 바라는 남친이 있는데 현실과 야동은 다르다."

(현정) "여자도 자신이 원한다면 야동에 나오는 것들을 해줄 수 있다. 여친이 싫어하는데도 야동대로 해달라고 졸라대는 건 찌질하고 이기적인 남자다. 만날 이유가 없다."


-섹스하고 싶은 남자는 따로 있다.

(현정) "섹스만 하고 끝나는 관계는 싫다. 나랑 자는 것만이 목적인 남자들은 이제 눈에 보인다. 섹스를 하고 나면 식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친밀해질 수 있는 남자와 자고 싶다."

(유리) "2PM의 옥택연이라면 누구나 섹스를 하고 싶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결국은 날 사랑해주는 남자와 하고 싶다."

(영지) "나랑 평생 함께 하지 않아도 좋다. 결혼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순간만큼은 진실한 마음으로 날 사랑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남자라면 나도 오케이다."


-한 여자에 만족 못하는 남자,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

(유리) "여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여자와 관계하고, 그걸 자랑인양 말하는 남자가 많다."

(현정) "지하철에서 예쁜 여자가 걸어가면 할아버지, 초등학생 구별 없이 남자라면 다 쳐다본다.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영지) "여자는 방이 하나라서 동시에 두 명은 못 집어넣는다. 그러나 섹스에 있어서 남자는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영미) "남녀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본능이니까 어쩔 수 없다'라는 건 변명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제도 안에서 의리를 지킬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여자가 '남자는 왜 그래?'라며 시비를 걸면 답도 없는 싸움만 하게 된다. 여친이 있어도 야동은 봐야하는 게 남자다."




 

여자 성칼럼니스트에 대한 오해 또는 진실


'도대체 얼마나 경험이 많으면 매주 性 칼럼을 쓸까?' '결혼하는데 지장은 없을까?' 일간스포츠의 인기 性 칼럼 '5인5색 릴레이 토크, 발칙 혹은 대담(이하 발칙대담)'을 쓰고 있는 5명의 여자 성칼럼니스트들에게 쏟아지는 궁금증이다. 이들은 여자이지만 자위나 성관계시 느끼는 오르가슴, 변태적인 성행위 등에 대해 자신의 실제 경험담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성 칼럼에 솔직하고 대담하게 풀어낸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오해도 많다.

 

가장 많은 것은 '얼마나 많은 남자와 자봤기에…'이다. 이에 대해 매주 수요일 '현정씨의 뇌內 망상극장'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쓰고 있는 김현정(29)씨는 "꼭 경험해야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주변에 놀라운 경험을 한 고수들이 넘쳐난다"며 "요즘처럼 솔로일 때는 그런 재야 고수들에게서 꺼리를 찾는다"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또 "한 남자와 연애를 오래하면 더 깊이 있는 성 칼럼을 쓸 수 있다"고도 했다. 사랑이 서서히 달아올라 뜨겁게 타올랐다가 사그라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소재꺼리도 많아지고 깊이도 깊어진다는 것.

 

'가족들이 싫어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많다. 실제로는 대부분의 칼럼니스트들이 자신의 가족들에게 성 칼럼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매주 목요일 '이영미의 에로스케치' 칼럼을 맡고 있는 이영미(35)씨는 "남편과 같이 독자들에게서 온 e메일을 같이 읽기도 한다"며 "남편이 이해해준다"고 말했다.

 

여자가 성 칼럼을 쓰는 것에 대해 터부시하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에 대해서도 신경쓰지 않았다. 김씨는 "'시집 다갔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내가 왜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성 칼럼 쓰는 것이 범법행위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씨도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 것에 대해 무시한다"며 "삐뚤어진 상태에서 하는 말에 불편해하면 나도 성에 대해 삐뚤어져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헤픈 X', '밤에 만나자' 등 고약한 악플 댓글이나 e메일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이씨는 "이상한 e메일이 오면 남편한테 말한다. 답장해줄 것이 있으면 해주기도 한다"고 대수롭지 않아 했다.

 

자신이 쓴 성 칼럼으로 보람을 느끼는 일도 있다고 한다. 김씨는 "내 경험상 '남자와 섹스할 때 장녀들은 타고난 책임감과 압박감 때문에 쉽게 섹스를 즐기기가 힘든 면에 있기에 남친이 좀더 배려해줘야 한다'는 글을 썼는데 한 남자 네티즌이 '자기 여친도 장녀인데 앞으로 잘 해줘야 겠다'고 댓글을 달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성 칼럼을 쓰는 이유는 내가 어떠한 성 경험을 했는지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탐구하고 반성해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정리=권오용 기자 [bandy@joongang.co.kr]




















 

 

JUNE 2009



   WORDS 김현정(칼럼니스트)  Editor 이기원 
   photography 기성율  cooperation 딴지몰(www.ddanzima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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