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친구의 미니홈피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했다.



아직은 보이지 않지만 이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을지 모른다.
영양제 케이스 뒷면과 달리 남자의 등에는 유통기한이 인쇄되어 있지 않았다
.


일본작가 이시다 이라가 지은 소설 속 구절. 꽤 마음에 들어서 소설 전체를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작품인지는 나와있지 않았다. '연이 되면 닿겠지'라는 게으른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소설 찾기를 하진 않았다. 



올해 대유행이 예상되는 A형 간염을 앞서 체험하면서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있으니 할 일이라고는 구역질하기, 잠자기, 토하기, 공상하기, 끙끙거리며 신음소리 내기, 멍하게 TV보기 이런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아파 죽는 것보다 심심해서 죽기 직전 책을 읽을 정도의 기력이 되어, 도서관에서 책을 잔뜩 빌려다 침대 맡에 쌓아놓았다. 그 중 한 권의 책이 이시다 이라의 단편집 <1파운드의 슬픔> 

첫 번째 단편 '두 사람의 이름'에서 저 구절을 다시 읽을 수 있었다. 앞 부분의 구절까지 부연하자면,








어쩌면 영양제와 닮은 것은 화장품이 아니라 남자인지도 모른다. 서른을 넘어서면 화장품은 필수품이 되지만 남자는 그 정도까진 아니다. 기한이 다 되면 쓰레기통에 던져넣거나(던져지거나) 하는 것도 똑같고, 이것저것 시험해 보지만 결국 결정적인 나만의 제품과는 만나지 못한 느낌이 드는 것까지 똑같다.


네이미스트 시바타 아사요와 그녀와 동거 중인 마야마 도시키의 연애 이야기. 고양이가 등장하고 이름에 로맨틱한 의미를 부여한 짧은 소설이라 꽤 마음에 들었다.


아무리 평범해 보이는 커플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어느 한 가지 정도는 다른 사람들에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지금까지 어느 정도 세상을 경험해 오면서 느낀 생각이다.


이름이란 지금껏 우리가 해온 것처럼 누구 것인지를 나타내기 위한 것만이 아냐. 마음속으로 수없이 불러보고, 노래하듯 되뇌어보고, 아무도 모르게 몰래 써보기도 하는 거야.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이란 그것만으로도 행복의 주문이 될 수 있어.


그렇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아무 이유없이 불러 보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내 이름을 자주자주 불러주길 바란다. 내 이름은 아주 평범하고 흔한 '현정'이라는 이름이지만 그의 목소리로 불리게 되면 그 순간 아주 특별한 것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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