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요. 알고 있어요.
괜한 투정 부리는 거

만화책이나 게임을 상대로
질투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구요
물론 만화나 게임에 밀린다고 생각해서
정말정말 속상했던 적도 많았아요.

 

하지만 난
사려깊고
배려심이 풍부한 여자로
보이길 원한다구요.
(그런 여자가 되긴 힘드니까,
그렇게라도 보일려고 노력 중이라구요
다들 충고해주더군요.
차라리 다른 여자가 생겼을 때
그 여자를 떼어내는 게 더 수월하지
남자가 보던 만화책, 하던 게임을
중단 시키는 것은
사귈 때 초반에나 그것도 단 몇 번,
남자의 한계치 인내심으로,
단 몇 번만 가능한 것이라고,
계속해서 그걸 요구 했다간
"날 미워해줘." 라고
부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어쨌든
당신의 그 집중력이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난 당신이 옆에 있으면
내일 당장 수정해서 올려야할 원고도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 데

난 당신의 위로가 필요해서
전화를 한 순간에도
당신은 만화책 책장을 넘기는 데
더 열중해 있잖아요.

 

알아요.
만화책만 다 보고 나면
내 얘기를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다는 거.
하지만 잠깐 멈출 수도 없는
당신의 그 집중력이란 놀라워요.

 

 

그렇게 남자들이 발산한 집중력들이
모여있는 세계가 있다면
그 세계의 에너지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 정복을 할 수 있을 거란 걸
전혀 의심하지 않아요.

 

 

친구녀석도 미니 홈피에
위닝에 열중하는 남자친구 사진을 올려놓고
달아놓은 멘트
"나한테 좀 그렇게 집중해 보시죠?"
대부분의 여자들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학교 선배 중에
자신의 여자 친구에게
"넌 플레이스테이션보다 재미있어."
라는 고백을 했다길래
이 이상 최고의 고백은 없다고
아주 당연하게
생각해버렸다구요.

 

 

 

당신도 내가 다른 거에 집중해있으면
무척이나 날 방해하잖아요.
심심해하면서 말예요.
난 그 기분 2배 정도 느낀 달까나.
당신의 집중도는 너무 세니까요.

 

 

그래도
그래도 말예요.

만화책만 다 보고 나면
나랑 놀아줄 당신이기에
난 조금 섭섭한 마음 따위는 접어놓고
얌전히 전화를 끊어요.
만화책 보는 데
방해만 하는 귀찮은 여자친구가
되고싶진 않으니까요

 


 

'물을 품은 선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딱 맞는 우리 둘  (0) 2007.09.17
여자의 짝사랑이 이로운 점  (1) 2007.02.14
진입금지  (0) 2006.05.12
Starbucks vs Starfucks  (0) 2005.05.03
딱 그만큼  (1) 2005.01.01
파포스 샘에서 목욕을 하다  (0) 2004.11.2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