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에서 토요일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각

친구 M에게서 SOS 요청이 왔다.

SNS를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친구였는데 트위터에 세컨 계정을 만들고 싶어했다.

모 방송에서 나온 세컨 계정 얘기를 듣고 호기심이 생긴 것이었다.

 

 

 

세컨이라니!

부르르르!

몇 년 전, 트위터 <현정> 계정으로

성기를 노출한 프로필을 한 사람들이 대거 팔로잉하고

상대의 뉘앙스를 읽어내는 능력도 없으면서

여성이라는 기호만 확인되면 섹스하자고 멘션을 보내는 불쾌한 일을 겪었는데

일일이 차단하는 것도 힘에 부쳐 화르르 분노하여 계정을 폭파해 버렸던 과거가 떠올랐다. 

 

M의 일을 계기로 세컨 세계를 들여다보기 전까지

나는 세컨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어차피 트위터도 익명인데 뭘 또 세컨씩이나 만드나 싶었다.

 

하지만 M을 돕기 위해 들여다 본 세컨은

특히 여성 유저에게서 흥미로운 지점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녀들의 섹스에 대한 솔직한 욕망을 읽고 있노라면 여성이 가진 힘이 느껴졌다.

섹스 후기들은 글을 쓰는 내게 여러모로 자극을 줄 수 있고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간접 체험도 되었다. 

현재 시점에서 섹스에 대한 어떤 화두가 필요한지 그 주제를 잡는데도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 유의할 점은 그렇다한들 여전히 그 편견이 유효한 세컨 이용자들은 차고 넘친다.

 

 

 

 

 

 

M은 최근 오랜 연애를 종결 지었고

새로운 남자를 만나고 싶어했는데

당분간은 새로운 연애가 아닌 오직 '섹스'에 그 목적을 두고 있었다.

그 정도로 목적이 확실하다면 트위터 세컨은 꽤 좋은 수단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하여 간단하게 트위터의 사용법을 알려주고 어떻게 계정을 운영하면 좋을지에 대한 컨설팅을 시작했다.

좌충우돌하며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는 동안

M에게 해준 조언들을 공유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정리해 보았다.

 

 

 

 

 

이름하여 트위터 세컨 보고서

- 언제나 그러하듯, 지금껏 나의 저작들이 그러하듯 여성용이다. 물론 남성들이 봐도 유용한 여성용이지!

 

 

 

 

 

 

 

 

 

 

그렇다면 우선,

트위터 세컨 계정이란 무엇일까?

 

 

 

사용자마다 자신의 정의가 있겠지만

우선은 2,3,4 번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일부 포함하고 있는 계정이라고 정의하겠다.

M의 트위터에 본 계정도 없으면서 세컨 계정을 만든 사례다. 오직 4번이라는 확고한 목적을 가지고!

 

 

 

 

 

그 목적이 왜 중요한지는 다음 게시물에서 계속.

 

 

 

 

 

 

 

 

 

 

내가 왜 세컨에 대해 언급하기로 결심했는지 약간의 설명을 남긴다.

 

누군가에게는 세컨이 불건전한 방식의 관계라고 보여질 수도 있고

문란하고 혹은 일탈적인 (세커너들은 그런 말 경악할 정도로 싫어하지만) 성격의 공간이라고 느끼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사람이 모여있는 게 아니었다.

오프라인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도 세컨 유저인 걸 발견해서 완전 반가웠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이런 면모도 있었구나 싶어 그녀를 좀더 좋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여성 유저들이 최대한 안전하고 다치지 않는 섹스를 할 수 있도록

공유되어야 하는 정보들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엄연하게 존재하는 관계들인데 모른 척하기보다는 그 방식을 정확히 이해해서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을 기준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세컨 내에도 그런 가이드를 해주는 계정이 존재하긴 하지만 

여성혐오적이거나 남성혐오적으로 치우쳐 있어서 보기 불편한 글도 많았다.

오히려 반목을 조장하고 일종의 루머를 양상해내는 느낌도 있었다.

어디든 관계가 엮이면 말이 많기 마련이지만 그런 식의 불신으론 좋은 걸 골라내기 힘들어 보였다.

 

 

세컨을 차근차근 익혀나가는 동안 M은 침묵수행을 하듯 고수로운 태도을 취하도록 가이드했다. 

자기 기준만 확실하면 주변에 휘둘릴 필요가 없었다.

물론 M도 처음부터 분명한 기준을 가진 건 아니었다. 

세컨을 하는 동안에 정말이지 멍청한 질문을 해대는 통에

내가 미추어버릴 뻔한 적도 여러번이었지만 (M, 미안)

그런 과정을 통해서 M은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M을 통해서 나도 내 틀을 깰 수 있었다. 

어쩌면 멍청하다고 느낀 M의 질문은 인간의 기본적인 열망이자 욕구가 아닌가 싶다.

내가 너무 건조하고 냉랭해서 뭘 그런 걸로 안달복달하냐고 핀잔을 준 걸지도 모른다.

그 과정들도 의미가 있었다.

한동안 나는 지나치게 방어적이고 바삭 마른 사람이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상처 받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모험을 하는 M을 보면서

그것이 거창하게 사랑을 찾겠다는 게 아니라 단지 섹스에 국한된 것일지라도

음란하거나 망측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여성의 성적 본능과 열망을 지지한다는 측면에서도

이 글을 쓰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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