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선택장애인 남자 대신 여자가 먼저 "테마모텔가고 싶어. 초코향 콘돔사와. 난 이 자세가 좋아. 오늘하자."라고 적극적으로 나서면 그 여자는 발정난, 싸보이고 무서운 여자가 되는건가요? 저는 리드당하고 싶으면서도 요부마냥 유혹해서 상대에게 달려들어 제가 잡아 먹었으면 하는데..



저는 비싸보이는 여자가 어떤 건지 모르겠어요. 
남자가 모텔 가자는데, 남자 주머니 사정은 상관도 없다는 듯
"에이 자기 왜 그래. 내가 모텔이나 가는 여자야? 호텔 스위트룸은 잡아야지." 하면 비싼 건가요?
아니면 모텔까지 가서도 나무토막처럼 '나는 아무런 욕망이 없는 열반의 세계에 들었다네'하고 
가만히 누워있는 게 황금불상처럼 값어치가 나가게 되는 건가요?

저는 좋아하는 남자에게 첫번째 문장처럼 하는데 
그 순간 제가 발정난 건 사실이지만, 싸보인다거나 무서운 여자라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이 질문이 오히려 불편하네요.

관계를 (남자가 비단 선택장애자라서가 아니라)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이끌어나가고 싶다면
자신의 요구와 욕구를 확실히 하는 게 좋죠.
여자가 먼저 이렇게 해주면 남자 입장에서도 편할 겁니다. 
고마워하지는 못할 망정 값어치를 따지고 겁을 먹는다면
병신 중 그런 상병신! 재활도 불가하니 분리수거도 못하고 그냥 쓰레기통에 집어넣으면 그만입니다.


다만 선택장애자랑 만나면 진짜 도 닦듯 마음 수련을 해야죠.
진취적인 여성이라한들 가끔은 남자의 리드를 받고 싶지 않겠어요. 
그런데 매번 그런 입장이라면 단순 선택장애가 아니라 
얘가 날 좋아하긴 하는 건가 하는 의구심과 싸워야 하거든요.


그리고 덧붙인 자신의 욕망은 본인이 서술한 첫 문장과는 또 다른 욕구인데 
정확하게 본인이 하고 싶은 게 뭔가요?
저에게 확인하고 싶은 게 분명히 무엇인가요?

그리고 선택장애인 남자의 경우는 유혹한다고 해서 상대가 먼저 달려들진 않더라구요.
더 많이 그리고 확실히 여자가 움직여야 합니다.
차라리 확고하게 리더십이 있는 남자에게 약간의 틈을 보여주면 미친듯이 달려든답니다. 






 



장거리 연애, 버틸 수 있을까요?

남자친구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라는 건 이해해요

하지만 멀리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게 너무 걱정되고 싫어요




From…

저는 22살 J라고 합니다. 제 고민은 제가 곧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남자친구는 26살이고 사귄 지는 6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같은 학교는 아니지만 근처에 살아서 거의 매일 만나다시피 했습니다. 사귄지 3개월 정도 될 때까지는 풋풋하게 데이트를 했지만 그 이후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격정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둘 다 처음 연애하는 건 아니라서 서툰 면은 없었어요. 그렇다고 서로가 특별한 기술 같은 걸 가진 것도 아닌데 속궁합이 정말 존재하는지 저는 ‘이게 이렇게 좋은 거였나’ 싶을 정도이고, 남자친구도 만족스러워하는 게 느껴져요. 보통의 대학생들처럼 데이트 코스를 순방하는 것보다 자취 중인 남자친구 방에서 둘만의 은밀한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 좋을 정도였죠. 불만 같은 걸 품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어요. 그렇게 무릉도원에서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가는 것도 모르고 지냈죠.

저는 재수를 하고 학교에 들어가서 아직 2학년이지만 4학년인 남자친구는 이래저래 진로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와 사귀게 된 것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확실하고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좋았기 때문이었어요. 저랑 사귀면서도 이런저런 계획을 말해주곤 했는데 그중 하나가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것이었어요. 그때는 계획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그는 저랑 사귀는 동안에 차근차근 구체화하고 있었던 거죠.

영어 말고 중국어도 마스터하고 싶어 해서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갑니다. 멀리 떨어지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늘 곁에 있다가 떨어지면 그게 부산이든 중국이든 영국이든 무슨 소용이겠어요. 영어를 배우러 가는 거라면 저도 부모님을 설득해서 같이 떠나기라도 할 텐데, 중국어는 제가 하는 공부와 상관도 없고 관심도 없는 언어거든요. 그렇다 보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떨어지지 않을 방법이 없는 거예요.

안 가면 안 되느냐고 투정을 부려보기도 했지만 그것도 제 욕심이라는 건 알고 있어요. 남자친구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고 시간이라는 것도요.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마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남자친구가 잘생기진 않았어도 어디 가서 빠지는 외모도 아니고, 오히려 무난해서 부담 없는 느낌인데다가 키도 커서 훈훈하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그의 주변을 신경 써서 관리하는 편인데 제가 곁에 없는 외국에서, 그것도 외로움 때문에 심리적인 틈이 생길 수밖에 없을 상황에서 그가 혹시라도 한눈팔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도 있습니다.

이런 불안한 마음을 저만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남자친구에게 넌 내 걱정은 안 되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어요. 그랬더니 우리 둘처럼 서로에게 잘 맞는 사람이 쉽게 나타날 것 같냐며 나를 믿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자기도 그럴 테니까 안심해도 된다고 정말 다정하게 말해주었지만 사람 일이란 모르는 거잖아요. 이렇게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것이 걱정되고 싫은 제 마음이 이상한 걸까요? 늘 함께 붙어 있던 남자친구가 없는데 제가 과연 6개월 동안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To…

연인과 떨어져 지내게 된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걱정되고 싫은 일입니다. 다만 떨어져 지내는 6개월 동안 두 사람이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죠. “서로에 대한 믿음과 진심이 있다면 그 시간을 잘 견딜 수 있을 거예요”라고 안심시켜주는 말도 저는 해줄 수가 없어요. 본인도 말했지만 사람 일이란 알 수 없는 것이니까요.

남자친구가 한눈팔까봐 우려된다는 것도 어쩌면 남자친구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가 아닐까 싶어요. 일종의 거울처럼 자기를 바탕으로 남자친구를 판단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한동안 두 사람은 친밀하면서도 은밀한 시간을 가져왔습니다. 그건 꽤나 중독성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6개월 동안 그의 손길, 체취, 체온 같은 걸 느끼지 못한다니, 그를 통해서 몸이 느끼는 즐거움을 충분히 알게 되었는데 그것에 대한 금단현상도 두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유난히 외로움을 타게 될지도 모르지요.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서로의 꿈을 지지하고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죠. 하지만 동시에 그로 인해 내가 얻게 되는 기쁨을 한동안 누리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결국 단속해야 하는 건 지금 처하게 된 상황이 아니라 내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외국에서 새로운 만남의 기회를 통해 또 다른 설렘을 경험하고 다른 여자를 만날까봐 전전긍긍해봐야 멀리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되는 것이겠죠. 반대로 J양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고요. 그렇다면 내가 준비할 수 있는 건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지더라도 수용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겠죠. ‘믿음’일 수도 있고 ‘다른 기회’를 내가 먼저 찾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떨어져 지내는 동안 최대한 서로 소원해지지 않도록 몇 가지 룰을 정해보세요. 지금처럼 일상을 공유하고 애정을 확인하는 시간을 꼭 가지세요. 멀리 있어서 애틋해진 마음을 자주 표현하면서, 변함없는 마음을 확인하는 거죠, 그러면서 J양 역시 그와 함께하느라 못 했던 일들을 해보세요. 각자의 일상에 충실하게 지내다보면 6개월은 정말 금방 흘러갑니다.

지금 당장은 떨어지기 싫고 불안하더라도 피할 수 없는 일이고 닥치게 되면 버틸 수밖에 없습니다. 남자친구를 따라 중국에 갈 게 아니라면, 6개월 간의 장거리 연애는 정해진 결론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게 싫다면 어학연수를 가기 전에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선언하는 수밖에 없겠죠.




대학내일 721호Love Letter







이별과 재회를 무한 반복 중입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니까 안 맞을 수도 있지만 세상에 이렇게 다를까 싶어요.헤어지는 게 답인지 아니면 서로한테 맞춰나가며 인연을 지속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From…

저는 25살 N양이라고 합니다. 제게는 뫼비우스의 띠같이 결코 끝나지 않는 관계로 지내고 있는 동갑내기 친구가 있어요. 이 친구랑은 유치원 때부터 알고 지냈답니다. 그러다보니 서로의 성장 과정을 속속들이 알고 허물없이 지냈죠. 그렇다고 정말 단짝 여자친구처럼 생리 현상을 튼다든지 하는 막역한 사이는 아니고 서로 남자, 여자라는 인식은 있어요. 시간이 맞으면 커피 한 잔 하고 같이 영화 보러 다니는 식이죠. 

이성에 눈을 떠 일찍부터 연애를 하며 늘 남자가 인생의 관심사인 저와 다르게 그 친구는 초식남 스타일이었어요. 여자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학업이라는 자기 본분에 충실하면서 똑똑하지만 까탈스러운 공대남으로 자라더군요. 제가 몇 번의 연애를 하는 동안 정말 한 번도 연애를 안 하더라고요.

그러다 그 친구가 군대에 가게 됐고 간간이 나오는 휴가 때 어울려 놀다보니 정이 들어 친구에서 연인으로 관계가 변하게 됐어요. 서로 알고 지낸 시간도 길고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서로가 좋아한다는 감정을 확인한 이후로는 연애가 수월할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완전 착각이더라고요. 만나다보니 안 맞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결국 다툼과 싸움이 잦아지면서 참지 못 해 이별을 말하고, 그러다 또 몇 개월 후 다시 만나고 헤어지는 악순환을 22살 후반부터 25살인 지금까지 무한 반복하고 있습니다.

친구일 때는 그렇게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연인일 때는 또 다르구나 실감하게 되었어요. 둘 다 연애 경험이 부족해서 이러는 건지 아니면 우리의 사랑이 모자라서 이러는 건지 판단이 잘 서지 않습니다. 헤어짐을 반복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건 알지만 엉켜버린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둘 다 성격이 둥글둥글하지 못하다보니 할 말은 하는 편이고 입장 차이가 생기면 누가 먼저 져주려고 하지도 않는 편인데, 나중에 속을 터놓고 얘기해보면 서로 배려했던 측면도 크더라고요. 서로 조심하고 배려해도 이렇게 각을 세우게 되는 관계가 좋은 건지 모르겠어요. 정말 서로 안 맞는 사람이라는 생각만 확실해지고 있습니다. 

‘나를 사랑한다면 나한테 이럴 순 없어!’라는 생각으로 헤어지자고 말하지만 헤어지고 나면 그 친구 생각이 납니다. 둘 다 헤어졌던 시간에 한눈판 다른 이성은 없었어요. 제가 마음 정리를 제대로 하려고 소개팅을 하고 새로운 사람과 잘 지내봐야지 생각을 하는 날이면, 어떻게 알았는지 귀신 같이 그 친구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저도 단호하지 못해서 그 연락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려 버리고요. 저는 18살부터 22살까지 쉼 없이 연애를 해왔지만 그간 사귄 남자친구들과는 이런 트러블이 없었어요.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니까 안 맞을 수도 있겠지만 세상에 이렇게 다를까 싶어요. 그런 친구와 헤어지는 게 답인지 아니면 맞춰나가며 인연을 지속하는 게 맞는지 현명한 해결책 부탁드립니다.




To…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머리로 아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을 뿐이겠죠. 각자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완벽하게 맞을 순 없다고 생각해요. 서로에게 잘 맞춰주는 노력을 현명하게 해내는 사이를 두고 우리는 천생연분이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요? 아무리 함께 보낸 시간이 길다고 하더라도 친구와 연인은 역할이 다르고 기대하는 바도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베스트 프렌드라고 연인으로서도 잘 지낸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죠. 누구를 만나도 관계에서는 조율하는 기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전 연애에서는 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지만 문제가 없었던 게 아니라 서로 노력을 했겠죠. 두 분 사이의 돈독한 역사에 대해선 알 길이 없지만 오히려 서로 막역한 사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각자 처한 감정이나 상황을 상대에게 굳이 말로 전하지 않더라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좀 싸웠다고 헤어지자는 말이 튀어나오는 것도 관계가 단박에 끝나진 않을 거란 믿음이 작용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보험 심리 때문에 헤어지자는 말을 입 밖에 계속 내뱉으면서 습관이 되어버린 거겠죠.

게다가 이 관계를 지속하더라도 가망이 없는 이유는 결국 문제가 반복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누구 하나가 자신을 굽히고 져주지 않는 이상 그렇겠죠. 그렇다고 한 사람만 져주는 연애는 결코 건강할 리 없고요. 본인도 헤어지는 게 최선이라는 걸 알 겁니다. 다만 연인만 잃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친구도 잃게 되는 상황이 싫은 거겠죠. 그래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사랑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의심도 품어봅니다. 하지만 사랑이 부족해도 헤어지는 게 맞는 거고, 서로 맞춰보려고 노력하는데도 싸움과 헤어짐을 반복한다면 헤어지는 게 나을 겁니다. 이별을 할지 말지 고민할 게 아니라 이번에 헤어지면 어떻게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하지 않을까요? 물론 연을 끊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모질어질 필요가 있어요. 결코 쉽지 않겠지만 친구로도 그를 곁에 두지 않고 버텨보세요. 견디세요. 조금은 성장한, 다음의 연애를 바란다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학내일 719호Love Letter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 남자친구

남자친구는 사랑이라는 말을 함부로 하면 안될 것 같다 해요. 날 사랑하지 않는거냐고 했더니 그건 아니라고 합니다


From…

저는 23살 Y입니다. 친구가 소개시켜준 지금 남자친구와는 3개월 정도 친구처럼 지내다가 사귀게 되었습니다. 동갑내기 커플로 6개월째 무난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의 유일한 불만은 남자친구가 절대로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둘 사이의 분위기가 유난히 애틋하고 좋은 그런 날이 있잖아요. 마음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고 느끼는 그런 날. 제가 먼저 “사랑해”라고 말했는데 남자친구에게서 돌아온 말은 “응, 나도”였어요.

처음엔 사랑한다는 말이 쑥스럽고 익숙하지 않아 그러는 건가 싶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제 쪽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남자친구에게 자주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었어요. 물론 아무 때나 그런 말을 했던 건 아니고 친절하고 배려심 넘치는 상황에서 ‘이렇게 해주니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 퐁퐁 샘솟는다’고 말하거나 ‘고맙다’고 말하는 대신 ‘사랑해’라는 표현을 썼어요. 그런 말을 듣고도 그는 절대 나도 사랑해라는 대답은 하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조차도 불편해한다는 느낌이었어요. 사이좋고 서로 잘 맞는 연인 사이인데 사랑한다고 말하는 걸 주저하고 어색해 한다는 게 제 입장에서는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듣고 자랐고, 그 전의 연애에서도 사랑한다는 표현을 아낌없이 들었던 터라 그 말을 하지 않는 그에게 서운함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참고 참다가 직접 물어보았어요. 나 사랑하지 않는 거냐고. 그랬더니 많이 좋아하고 아낀다고 대답하더군요. 절대 사랑한다곤 하지 않더군요. 그럼 사랑한다고 말해달라고 그 말을 듣고 싶다고 요구를 했어요. 그랬더니 사랑이라는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거예요. 날 사랑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더니 그건 아니라더군요. 그렇다면 마음을 표현해 달라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말했죠.

그랬더니 그는 왜 굳이 그걸 말로 해야 아는 거냐고.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느껴지도록 자기가 잘 하지 않냐고 반문하더군요. 남자친구는 자신에게 여자는 이 세상에 나 하나뿐이라며 자신의 행동에서 그 마음을 느낄 수 없는 거냐고, 오히려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이냐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하더라고요.

그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건 저도 잘 알고 있어요. 그가 현재 저를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걸 충분히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함부로 말하면 안 될 것 같은 사랑’이라는 감정만큼 저를 생각하는 건 아니라서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게 아닐까 싶어 불안합니다.

물론 저도 몇 번의 연애 경험을 통해서 사랑한다고 말했다고해서 변함없고 영원한 감정을 약속한 것이라 생각할 정도로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감정의 표현을 행동이 아닌 말로도 듣고 싶다는 것인데 그는 대체 왜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면서 제게 해주지 않는 것일까요? 그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요? 사랑한다는 고백을 들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To…

Y양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본인만의 정의가 있겠죠? ‘사랑해’라는 말도 그 정의에 부합되기 때문에 남자친구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이겠죠. 그렇다면 남자친구가 생각하는 ‘사랑’은 어떤 것인지 알고 있나요? 사랑이라는 감정 혹은 어떤 상태에 대해 사람들마다 다른 정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나이트 스탠드를 두고도 ‘오늘 밤, 사랑을 나누자’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숭고하고 희생적으로 자신의 목숨까지 바칠 수 있을 때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남자들이 사랑이라는 말을 쓰는 걸 조심스러워합니다. Y양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지만 여자들이 사랑이라는 말에서 기대하는 것은 관계에 대한 책임감과 미래에 대한 약속이라고 남자들은 생각합니다.

그래서 좋게 말하면 신중하게, 나쁘게 말하면 비겁하게 굴면서 사랑이라는 말에 인색하죠. 단순히 지금 치밀어 오르는 감정이라고 하기엔 그 말에 대한 여자들의 민감함을 남자들도 잘 알고 있는 것이죠.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으면 “사랑한다고 말해놓고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사랑이 대체 어떻게 변하니?” 이별의 순간 당하게 되는 이런 힐난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다고 믿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Y양의 사연만으로는 그가 왜 사랑이라는 표현을 아끼는 것인지 파악하기는 힘드네요. 저는 사랑이라는 단어는 명사형을 띠고 있어도 동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말로 관계를 치장하는 것보다 좀 과묵하더라도 행동하고 있다면 그걸 믿을 필요도 있다고 봐요. 표현해야 사랑이지, 라고 한다면 그는 언어가 아닌 행위로 충분히 표현하고 있지 않나요? Y양이 남자친구의 진심을 느끼고 있다면 단지 “사랑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안해하거나 불만스러워 할 필요는 없어 보여요.

남자친구가 어떤 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정의를 공유하고 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본다면 사랑해라는 말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



대학내일 718호Love Letter







매번 기념일 챙기기 힘들어요

제 여자친구는 인스타그램에 인증샷 올리려고 연애하는 것 같아요


From…

저는 23살 H라고 합니다. 제 여자친구는 스무 살이예요. 아직 어린데다가 저랑 사귀는 것이 첫 연애랍니다. 그래서 연애에 대한 환상도 많은 것 같고 아직 철이 없는 것 같아요. 물론 그런 것이 귀여워 보일 만큼 예쁘고 애교도 많습니다. 지금 현재 저희 둘 사이의 문제는 바로 각종 기념일입니다. 여자친구가 기념일 챙기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해서 힘이 듭니다. 사귄 지 22일 되는 날에는 투투데이라 기념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야 오래오래 사랑하고 사귈 수 있다나요. 제 입장에서는 당최 어이없고 납득하기도 힘든 기념일이었지만 둘이 사귀고 한창 알콩달콩하던 시기이고 처음 기념일이니까 장미 스물두 송이도 사고 저녁 식사도 근사한 곳에서 했어요.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그 뒤로 50일도 챙기고 100일도 챙겼습니다. 매월 14일마다 유래를 알 수 없는 기념일들도 모두 다 챙겼습니다.

그때마다 여자친구가 기뻐해서 저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그 기념일마다 꼬박꼬박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우리의 연애를 전시하는 건 제 입장에서는 불편하더라고요. 사진은 안 찍으면 안 되느냐고 했더니 이게 다 추억이고 기록이라고 말해서 내버려두긴 했지만 그런 게 불만이긴 했어요.

여자친구를 좋아하니까 좋은 마음으로 기념일을 챙기긴 했지만 좀 너무하다 싶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얼마 전 지나간 빼빼로데이가 발단이 되었습니다. 빼빼로데이도 서로 챙겨주자고 하더라고요. 저는 과자, 특히 단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빼빼로 같은 거 상술이라고 대신 다른 맛있는 거 먹으면서 데이트하자고 했더니 뾰루퉁해지더군요. 그러더니 뭔가 결심했다는 듯 의연하고 뻔뻔한 표정으로 “그래? 오빠가 안 주면 뭐 다른 오빠한테 받지 뭐!” 이렇게 말하지 않겠어요. 그 말에 순간 저도 열이 받아서 “누구? 누구한테 받으려고?”라고 따져 물었죠. 그랬더니 자기 주변엔 자기한테 빼빼로 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 많다며 엄청 얄밉게 말하지 않겠어요.

게다가 “연애하는데 빼빼로데이에 빼빼로도 못 받고, 내일 인스타엔 연애하는 친구들은 죄다 빼빼로 사진 올릴 텐데!”라고 하는 겁니다. 그놈의 빌어먹을 인스타그램! 여자친구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는 지금은 마음이 너무 상해서 도저히 같이 못 있겠다고 하더라고요. 먼저 집에 돌아가더니 그 이후로 카톡도 확인 안하고 전화도 안 받는 겁니다. 정말 미처버리는 줄 알았어요. 저는 하는 수 없이 당일 아침 빼빼로 사들고 집 앞에서 기다렸다가 안겨줬죠.

빼빼로를 받았지만 여전히 토라져서는 오늘 데이트는 못 하겠다고 말해놓고, 여자친구는 인스타에 ‘오빠에게 받은 빼빼로 ♥’ 라며 사진을 올려 두었더라구요.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준 게 아니라서 그런지 그 인증샷을 보니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어요. 의미도 없고 중요하지도 않는 날을 챙기는 것도 마음에 안 드는데 안 챙겨준다고 다른 남자들한테 받겠다고 말한 것도 다 너무 미운 거예요. 11월 말에는 여자친구 생일도 있고, 크리스마스도 다가와요. 중요한 날들이긴 하지만, 앞으로의 기념일들도 다 챙겨가면서 연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갑갑합니다.





To…

H군의 여자친구는 지금 모든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게 당연한, 인생의 그런 때를 지나고 있는 것 같군요. 아마도 그런 걸 남자친구인 H군이 알아줬으면 싶어서 그런 얄미운 말을 한 거겠죠. 물론 저런 표현이 긍정적인 건 아니지만요. H군은 여자친구를 많이 좋아하고 있잖아요. 이런 고민도 ‘이러니 싫다 헤어져’가 아니라 어떻게든 개선해서 관계를 잘 유지하고 싶어서 하는 것일 테고요. 그러니 본인은 원치 않았던 빼빼로도 사가지고 여자친구의 집에 찾아간 거겠죠.

‘대학에 들어가면 달달한 연애를 할 거야’ 같은 환상과 기대로 가득한 스무 살. 그러니 여자친구에게는 현실의 연애보다 상상된 연애의 어떤 정해진 모습이 있을 겁니다.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사랑받고 있다는 걸 전시해야 안심되는 건 비단 여자친구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시류에 휩쓸려 있는 것뿐이죠. 그걸 깨트리는 건 쉽지 않을 거예요. 다 맞춰주고 기대를 채워줘야 한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연애가 아니라 진짜 관계를 맺어나가는 게 무엇인지 배워가는 단계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H군과 해나가야 하는 거겠죠.

아직은 소녀스러운 순수한 마음에서 한껏 예쁨 받는 연애의 달콤함에 취하고 싶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럴 수밖에 없는 연애 소녀기를 보내고 있는 거죠. 연애란 예쁨 받고 예뻐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 끊임없는 협상과 두 사람의 자아가 부딪히는 싸움의 장이라는 걸 아직 인지하지 못한 거죠. 다만 이런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기념일을 목전에 두고 하는 건 그다지 좋은 전략은 아닌 것 같아요. 왠지 이 기념일을 챙기지 않고 넘어가려고 치사한 이유를 대는 것 같아 보이잖아요. 이 모든 것이 서로의 다름을 마모시켜나가는 연애의 총체적인 문제이므로 평소에 서로의 연애관에 대해 생각을 나누는 게 좋겠죠. 설득이든 이해든 둘 다 쉬운 건 아닐겁니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H군이 자신의 연애관에도 불구하고 여자친구를 위해 빼빼로데이를 챙겼다는 그 마음을 알아야 하니까요. H군도 기념일에 대한 부담을 너무 크게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이 여자친구에게 기념일이란 H군이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해주는 날이라고 생각하니까 서로 타협점을 잘 찾아내길 바랍니다.




대학내일 717호Love Letter







 

 

 

 

세컨에 발을 들인 후 M의 첫 번째 고민은 상대의 거부였다.

그런 문제로 고민하는 M에게 내가 해준 이야기에 대한 반응은

나쁜년. 넌 어떻게 내 편을 단 한 번도 안 드냐?”였다.

친구라는 감각 없이 냉정하고 차갑고 지나치게 현실을 보게 해줬다고 말했다.

환상에 기대는 건 상관없지만 순수한 게 아니라 순진한 꼴을 못 봐주겠더라.

팔이 아무리 안으로 굽는다 한들,

비정상적으로 굽어들길 바라는 팔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M은 어리고 두려움 많고 조심스러웠던 나에게

섹스의 즐거움에 대해서 가르쳐주었고,

섹스의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섹스 후 밀려드는 다양한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훌륭한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던 친구였다.

내가 지금껏 써온 이야기의 상당 부분도 M에게 빚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연애 이후 리셋된 듯 모든 걸 잊어 혹은 잃어버린 듯한 M의 행동은 당혹스러웠다.

 

 

몇 번의 격정적인 섹스를 나눈 M과 상대는 급격하게 관계가 소원해지기 시작했고

그는 바빠서 라는 아주 좋은 핑계를 둘러댔다.

M은 뜻대로 되지 않는 관계, 그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에

엉엉 울면서 자기가 뭘 어떻게 해야 그를 다시 볼 수 있냐고 물었다.

 

그는 지금까지 한 섹스 중에 나랑 한 섹스가 가장 좋았다고 했어.

다음에도 나랑 하고 싶다고 말했어. 그런데 연락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해?”

 

그 말이 100% 진심이라면 아쉬울 때 연락 오게 되어있다. 기다리면 된다.

몸을 섞어 만든 연이라면 언젠간 또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런 조급한 마음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에게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두둥! 바로 그 지점!

 

예상 가능한 기만의 지점을 분명히 듣고도

어떻게 M의 입에서 여자친구랑 하는 섹스는 좋지 않대. 섹스 안한지 오래 됐대.”

흘러나오고 우리는 정말 섹스 말고도 대화가 너무 잘 통해서 좋았어로 이어지는지.

그런 말들을 관계에 대한 희망으로 접수하고 있었다.

 

여자들은 섹스하면 감정이 생기는 게 종특?

마음이 왠지 나도 모르게 움직여지는 그 순간의 기분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섹스를 목적으로 하겠노라 했다면

자기 무장 정도는 하자는 거다.

무턱대고 감정에 휩쓸리지 말고, 달콤한 말에 현혹되지 말고!

 

남자들이 무의미하게 내뱉는 다정한 말, 특히 앞으로의 둘에 대한 이야기는 치명적이지.

함께 뭘 하자. 다음엔 이걸 하자. 이런 말에 여자가 흔들리니까

픽업아티스트 교본 읽어봐라. 꼭 나온다.

여자에게 미래를 약속하는 말을 하라고.

그러면 잘 수 있다고.

 

그런 남자들도 문제지만

남자들의 별 생각 없이 한 무의미한 행동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성을 가진 건 여자 입장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 관계는 지속적일 것이며 특별한 관계가 된 것 같다고 믿고 싶겠지만

그 남자들이 그 말의 얼마나 지킬 것 같은가?

만났을 때는 나만 바라보는 것처럼 내가 최고인 것처럼 말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이후의 냉랭함 혹은 다시 만날 수 없게 된 상황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거지?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거지?

심지어 더 나아가 내가 뭘 잘못한 거지까지.

이전 남자친구들보다 아니 지금껏 이처럼 다정하고 친절한 남자는 없었는데.

제법 경제력을 갖춘 남자라면 대접받아 마땅한 여자처럼 아낌없이 돈도 썼을지도 모른다.

섹스도 너무 좋았다.

이러면 정말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건지 알 수 없어 미칠 것 같지.

 

하지만 그 남자는 호기심으로 다가왔고 호기심을 충족했으니까 다음! 하고 넘어간 것뿐이다.

넌 왜 다 읽은 페이지를 붙잡고 몇 번씩이나 다시 읽으며 되새김질까지 해?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잘 안 되지? 남자들처럼 섹스해야지 하면서도 잘 안 되지?

그럴 수밖에 없어. 남자가 아니니까.

하지만 그렇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애초에 기대를 하지 말라는 것.

. 정말 쓸쓸한 말을 내뱉고 말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냉정해지자.

사람에게 기대하지 마라.

적어도 섹스가 목적인 게 분명한 관계에서는!

지금 내 눈앞에 어떤 행동으로 그가 자신의 마음을 증명 전까지는

그의 말로 이뤄진 것들에 대해서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는 거다.

 

 

 

 

덧붙여 몸을 섞어서 느낀 기쁨.

오르가슴을 그에 대한 감정이라고 착각하지마라.

섹스를 해도 옥시토신, 세로토닌, 엔돌핀 다 나오잖아.

 

 

우선 M을 달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도닥여주면서

정신 좀 차리라는 요지의 말을 주고받았다.

너랑 자고 싶었고, 너랑 잤고. 그래서 더 이상 볼 일이 없다는 거잖아.

딱 그 정도로만 널 생각한 남자에게 왜 이래? 다시 봐야할 만큼 좋은 사람은 아니야.”

 

나한테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나한테 잘해줬단 말야

지금은? 지금도 그래? 그게 꾸준히 지속되고 있는 사실이냐고?”

섹스 외적으로도 훌륭했단 말야.

그런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게 뭐가 잘못 됐다는 거야

네가 다시 그를 보고 싶어 하는 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네가 그를 똑바로 보지 못하는 게 문제지

키도 크고, 잘 생겼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게 뭔지 너무나 잘 알고

심지어 페니스도 컸다고. 만족스러운 섹스를 했단 말이야

 

뭔가 벽에 대고 말하는 기분이 들어 결국 좀 더 감정적으로 격앙되고 말았다.

 

하아. 네 말대로라면 말이다. 그런 애가 왜 너하고만 자겠냐?

그리고 그렇게 괜찮은 남자이지만 하는 행동을 봐.

오래 만나지 않아도 결국 너도 알게 될 거야.

이건 포장이 잘된 쓰레기야. 버리라고

 

그러다 M이 결국 내뱉은 말에서 결정적 단서가 나왔다.

내가 선택한 거잖아. 내가 고른 게 나빴다고 말하는 거 싫어. 그만해!”

 

 

정말 많은 여자들이 나쁜 관계에서 저지르는 실수.

......

이걸 부정하면 동시에 내가 부정하게 되는 듯한 기분 때문에 그를 옹호하게 되는 것.

그리고 더 감정적으로 집착하게 되는 것.

M의 지난 연애에서 반복되었던 패턴이었고

그랬기에 이 부분에서만큼은 내가 책임지고 말려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섹스! 섹스! 섹스만 하라고!

 

내가 촉을 세워 선별하고 고르고 고른 남자가

결국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될 때

처참하게 무너지는 기분 나도 잘 알고 있다.

나도 똑똑한 척, 바른 말만 하는 척 하지만 그게 다 실수를 바탕으로 나오는 거지.

그런 걸 가지고 자학해서는 안 된다.

그가 내게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고, 다시 만나게 되면

지금 이토록 불안하고 부서진 마음이 회복될 거라고 생각할 테지만

그 감정은 다시 반복된다. 분명히! 100%! 확실히!

끝난 거다. 그냥 한 번에 알아먹고 끝내면 한 번만 아프면 된다.

질질 끌면 끄는 내내 아플 것이다.

만난다고 한들 그간의 그런 기분을 상대가 알리도 없고 보듬어줄 의지나 능력도 없다.

상대에겐 관심 밖의 일이다.

 

섹스가 목적인 관계에서

지나치게 다정한 사람은 경계하는 게 좋다.

그리고 진짜 예의가 있는 사람은 섹스가 목적인 상대에게 감정적으로 얽매이게 만들지 않는다.

좀 건조하더라도 섹스를 위한 섹스를 한다.

같이 커피를 마시고 산책을 할 수 있지만 쓸데없이 나불거려 상대의 마음을 흐트려 놓지 않는다.

상대가 너무 달콤하게 군다면 내 선으로 냉랭해져도 된다.

그런 달달함에 취하려고 섹스하는 건데. 라고 말한다면 그 순간에만 충실히 즐겨라.

역할극인거지 그 감정을 섹스 이후까지 끌고 가지 않아야 다치지 않는다.

 

 

 

 

 

그리고 여자(남자)친구가 있든, 유부남()이든, 여러 명의 섹파를 이미 가지고 있든

세컨 유저가 될 수 있다.

각자의 방식으로 세컨을 사용하는 거니까.

그걸 숨기든 혹은 대놓고 밝힘으로써 즐기기만 할 거야라는 포지션을 확실하게 취하든

각자의 선택이다.

 

세컨 유저이긴 하지만 여자(남자)친구가 있고 그래서 섹스오프는 할 마음이 없고

즐겁게 온라인의 야함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세컨이기 때문에 비열하고 기만적인 게 아니라

그저 그런 인간이 세컨을 하는 것뿐이다.

(사실 이런 문제는 세컨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좋아한다고 해서 사귀었더니 숨겨놓은 애인이 있더라 이런 사연들 말이다.)

다만 더 두드러질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할 뿐이다.

 

 

세컨에서 연애할 수 있고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지.

서로 잘 맞아서 부농부농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부정하는 게 아니다.

세컨이 진짜 냉엄하기만 동물의 세계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동물의 세계도 얼마나 훈훈한가!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일만 있는 게 아니잖아.

하지만 다칠 수 있다는 거, 기대만큼 친절하지 않다는 거

그리고 감정의 제어라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거

누누이 기억하고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한다는 거다.

적어도 울지 않고 즐겁기 위해서!

다치지 않고 오르가슴을 누리기 위해서!

 

 

이런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내성이나 감각 없이 뛰어들었다가 상처받고 아파하는.

혹은 분명히 머리로 알고 있었음에도 실제로 겪게 되었을 때 느끼는 배신감이나 상처로 힘들어하는

여성 유저를 볼 때 속상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런 경험을 통해 내성을 기르게 되긴 한다.

거의 포기에 가까운 감정이 된다.

그리고 동시에 일종의 남성혐오적인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거.

그걸 최소화하길 바라면서

오로지 최고의 섹스를 위한 다음, 그리고 그 다음만 생각하면서 즐거웠으면 한다는 거!

 

 

 

 

(+)

세컨을 이루는 요소가 글이기에 내 흥미를 끌었다.

섹스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공간이기에 그 말들에 주목했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을 보게 되었다.

마음이 가는 몇몇 사람이 있었고 그래서 그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도 지켜보게 되었다.

비단 M만이 겪는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관계적 속성은 트위터 세컨 안에서만의 특수한 관계도 아니었다.

세컨 보고서라는 이름이 거창한 건지도 모르지.

관찰해서 글로 옮겨야지 하는 목적으로 세컨을 시작했던 것도 아니었고.

다만 그럼에도 그곳에서 두드러지는 일이 있고

그렇기에 섹스에 대해 글을 쓰는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것뿐이다.

 

 

한동안 방치해둔 블로그에 이 글을 쓰고

유입수가 확 늘어서 제법 사람들이 봤구나 싶었다.

 

세컨에서 오랜 유저들이라면 고작 몇 달 보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나불거리느냐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걸 비난을 염두에 두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경솔하게 재미삼아 시작한 건 아니다.

세컨을 들어가 보지 않고 내가 쓴 글로만 세컨을 이해하는 사람들의 편견도 생길 거라는 우려도 잘 알겠다.

그런데 오히려 내 글을 읽으면

세컨이라는 거 그저 섹스나 하고 싶어 하고 음란하고 밝히는 애들이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그 편견의 폭을 오히려 넓혀주지 않나?

 

덧붙여 나는 세컨이 음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하고 있잖아.

게다가 돈 벌고 관심 끌 생각이었으면 이런 거 쓰는 것보다

제안 받은 방송이나 출연하고 실용서나 쓰면 그만이다.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세컨 계정을 만들었다면 당신 취향에 맞는 유저를 물색해야 할 것이다.

우선 트위터 세컨은 동물의 왕국이라고 생각하자. 발정기에 막 돌입한 동물의 세계.

그렇다고 다들 막막 쎅쓰쎅쓰쎅쓰 이러고만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감각으로 접근하자는 거다.

 

 

그렇기에 이성의 관심은 필수이자 기본 전제이다.

그렇다한들 당신이 급한대로 아무거나 주워먹는 여자는 아닐 것이다. 

남자면 무조건 오케 모드가 아니라면 걸러낼 유형도 파악해야한다.

세컨에 존재하는 남자들의 유형을 파악하고

내가 원하는 타입 중 옥석을 가려내는 신중함이 반드시 필요하다.

- 그렇게 정성스럽게 고르고 골라도 하아스러운 일들이 가득 벌어지는 곳이기에!

 

 

 

 

 

나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눠서 정리해 보았다.

물론 당신도 며칠만 세컨을 들여다본다면 당신만의 기준으로 손쉽게 그들을 분류가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트위터가 140자라는 제한된 글자수로 상대를 현혹시켜야 하는 공간이다보니

글을 구성하고 자신의 의도를 드러내는 방법이 잘 트레이닝된 사람일수록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비주얼로 승부하겠노라며 근육질의 몸사진을 게재하는 남자들도 있지만

예쁜 얼굴이나 잘 다듬은 몸에 끌리긴 하지만

그들의 퍼블릭을 몇 개 읽어보곤 흥미가 반감하게 되는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물론 이건 개인의 취향이다.

섹스만 할 건데 굳이 글 잘 쓰는 게 무슨 소용이야라고 생각한다면

자기 취향의 방식으로 유저들을 살펴보면 된다.)

 

트위터 세컨을 들여다보면서

에로시티즘의 정수를 이런 언어로 표현해 내다니! 감탄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남성의 언어로 묘사되는 섹스는 굉장히 흥미로운 지점들이 많았다.

노골적으로 섹스섹스섹스 하지 않더라도

당신의 섹스 충동을 불러 일으켜주는 소중한 글들이 존재한다.

(직접적이고 거침없는 방식으로 섹스를 묘사해서 색욕을 자극하는 글도 있긴 하다.

글쓴이의 매력에 글이 버프효과 받는 경우라 하겠다.)

그런 글을 쓰는 부류를 감성계라고 칭하겠다.

하지만 감성계라고 다 같은 감성계는 아닌 것이

글의 깊이는 한없이 얕고, 인용글을 위주로 하고, 외로움을 토로하며 심약한 문학소년 코스프레류는

감성팔이계로 따로 구분지어 분류해야 할 것이다.

지나치게 말랑말랑하고 지나치게 수식이 넘쳐나고 지나치게 달콤하여 글의 담백함을 해치거나

한두 개의 패턴으로 질리도록 반복되는 방식의 감정 토로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글 좀 쓴다고 예만함과 까칠까칠함을 너무 자랑스럽게 뽐내는 부류는 피곤할 것이다.

그런 남자에게서 다정함과 배려를 기대하기는 좀 어렵게 느껴지잖아.

물론 글과 사람은 다를 수 있지만

그렇기에 당신은 글이 주는 허망함도 부디 잘 알고 있길 바란다.

글을 잘 쓴다고 좋은 사람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 모든 것이 수컷 공작새의 꼬리장식 같은 거라고 가볍게 생각하자.

 

 

 

 

섹드립의 능수능란함, 야함의 정도와 수준을 잘 아는, 게다가 유머까지 겸비하고

어떤 농담도 받아쳐내는 대범함과 자학개그의 균형감까지 갖춘 드립계는 사실 드물다.

정말 손에 꼽힌다.

하지만 그럼에도 훌륭한 드리퍼는 세컨에도 존재한다.

어설프게 짤방으로 부족한 센스를 덕지덕지 메워보려는 시도를 하는 이들도 있고

웃기지도 않는 불쾌한 농담을 드립이라고 치는 이들도 존재한다.

통틀어 그냥 드립계로 묶자.

 

드립퍼들은 실제로 대화를 해보면 예의바른 경우가 많다. 은근 수줍기도 하고.

어쨌거나 당신의 드립 센스와 그들의 센스가 맞아야 하는 것이기에

섹스를 이야기하면서도 유머러스함을 동시에 누리고 싶다면 드립형 세컨남들도 나쁘지 않다.

의외로 질척거리지 않고, 온라인 선에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부류이다.

유머코드만 맞는다면 실제로 만났을 때 빵빵 터지면서 섹스할 수 있지 않겠는가.

어색함도 덜하고 낯가림도 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일상계라고 하면 트위터 상에서는 특색이 없는 부류이다.

언어적 감각이 우선 앞선 부류에 비해 여러모로 후달린다 하겠다.

일상을 찍어 올리는 사진들도 감각적이지 못한 경우도 많고

이래서 여자 마음을 흔들겠나 싶은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능수능란하지 않기에 트위터 세컨에 익숙하지 않은 풋풋함도 느껴진다.

때가 덜 탄 아직은 순수 혹은 순진의 끝을 잡고 

세컨을 기웃기웃거리고 있는 이들도 분명 존재하기에

잘만 고르면 꽤 괜찮은 상대를 찾을 수도 있다.

진흙탕 속 진주찾기랄까.

 

 

 

 

당신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세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열외를 잘 골라내서 끊어내야 한다.

당신은 꽃이다.

똥이 아니다. 그런데 파리는 꽃인지 똥인지 생각지 않고 달라붙는다.

 

누군가 나를 팔로잉해줬어! 감격하지마라.

당신을 이루고 있는 어떤 핵심적 요소가 아닌 그저 당신이 여자라서

프로필 사진이 여자여자해서 팔로잉한 것 뿐인 남자들이 수두룩할 것이다.

당신을 팔로워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려면

그가 팔로잉하고 있는 목록을 살펴봐라.

팔로잉과 팔로워의 균형도 중요하다.

당신에게 어떤 즐거움도 선사하지 못하면서

관음욕구만 가득한 이들에게 당신을 볼 기회를 주지마라.

 

내 글에 멘션을 보내줬어! 기뻐하지마라.

뭐하러 이딴 걸 굳이 적어서 보낸 거야?

소모되는 이진수들이 아깝게! 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반응이 태반일 것이다.

맥락 파악도 못하면서 말이나 한 번 섞어 보겠다고 멘션만 잔뜩 보내는 부류.

- 여기서 주의! 그렇다고 주고 받은 멘션이 많다고 다 이상한 사람은 아니다.

드립계의 경우. 농담의 핑퐁이 잘 맞는 상대와는 멘션을 주고 받는 양이 상당하다!

<트윗 및 답글>에서 어떤 식의 멘션이 쌓여있는지 확인하면 당신도 그 둘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 반응 없는 것보다 이런 멘션이라도 오는 게 좋지 않아?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느날 문득! 도대체 난독인가? 왜 글의 핵심은 파악도 못하고 엉뚱한 소리들이지? 싶어 

깊은 빡침과 분노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외에 당신이 불쾌할 수 있는 요소를 가진 남자들.

이를테면 지나치게 마초적인 속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글을 쓰는 남자들이라든가.

나의 경우에는 귀여운 동물 프로필을 걸어놓고 경계심 없이 접근하게 하며

자기 희화적인 포지션을 취하며 자신을 팔로잉한 여자애들이랑 시시덕거리는 부류가 있는데

당신도 당신이 견딜 수 없는 것이 당신에게 들러붙게 내버려두지 마라.

 

팔로워의 숫자가 당신을 말해주지 않는다.

팔로워 숫자가 많다고 해서 당신이 세컨의 네임드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덧붙여

당신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연스럽게 관계의 우위를 차지할 거란 생각을 버려라.

여자랑 자고 싶은 남자들 틈에서 여왕개미처럼 굴어볼테다라고 생각한다면

아마 똥파리들만 꼬일 거라고 100% 확신한다.

 

세컨이라고 하더라도 다들 섹스에 허덕거리는 남자만 있는 게 아니다.

당신 눈에 보기 좋은 건 남들 눈에도 보기 좋다. 그런 남자들은 자기 가치를 안다.

그들을 상대하고 어울리기 위해서는 당신만의 매력 어필이 필요하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그 모든 것이 쉬울 거란 생각은 버려라.

세컨은 일종의 동물의 세계라고 앞에서도 말했다.

우성 암컷이 우성 수컷을 가진다!

 

양보다는 질을 따져라.

혹여라도 섹스 오프를 하더라도 무리가 없을 그런 사람을 물색하는 것.

의외로 괜찮은 남자들이 포진되어 있다.

그걸 갖느냐 놓치느냐는 당신 안목, 혹은 사냥감각이다.

그걸 내가 대신 길러줄 순 없다.

내가 찍어서 얘, 얘, 쟤, 걔라고 해줄 순 없지 않은가!

이 보고서가 숟가락으로 떠먹여주는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자신의 촉수를 길게 늘어뜨리고 요리조리 움직여라

스스로 생각하라.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떤 것이 남성에게 어필하는지 스스로 찾아내라.

어떤 남자를 고르면 좋을지는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

처음부터 실패하지 않고 완벽한 남자를 만날 거란 기대를 버려라.

 

 

세컨에서 섹스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섹스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고 해서

그들이 섹스를 잘 한다는 보장도 없고, 섹스 매너가 좋다는 확신도 할 수 없다.

지금 막 세컨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거대한 환상을 품은 당신의 쎅스쎅스하는 기분에 찬물을 끼얹는 걸 수도 있지만

연애든 섹스든 기대가 크지 않는 게 좋다.

우선 당신 입맛에 딱 맞는 남자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라.

그저 절대 어겨서는 안 될 규칙 몇 가지를 만들고 그 규칙에 부합하는 남자를 만난다고 생각하라.

대신

자신의 동물성을 키워라. 암컷의 감각으로 우성 수컷을 찾으란 말이다!

 

 

 

 

 

 

 

 

 

 

이렇게 구구절절 쓰긴 했는데

사실 세컨은 뛰어들어 본능적으로 익히면 된다.

악악 소리 지를 실수도 하고.

이렇게 읽어봐야 겪어보는 게 제일 빠름

내가 쓴 글은 그저 큰 가닥의 개요를 잡은 정도라고 해두자.

 

앞으로의 보고서는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이야기를 올릴까 싶기도 하고

오프 규칙에 대해서 써볼까 싶기도 하고

어떤 식으로 꾸려나갈지는 나도 미지수이긴 함.

 

 

 

 

 

 

 

 

 

 

 

 

 

 

 

 

 

 

 

 

 

 

 

 

 

 

 

 

 

 

 

당신이 어떤 이유로 세컨을 하는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당신 자신은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물론 그 목적은  세컨 계정을 운영하면서 변할 수도 있겠지만

애초의 목적을 뚜렷하게 해두어야 

세컨 계정에 어떤 글을 채워나갈지

어떤 사람들과 어울릴지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렇기에 우선 여성 세컨 유저들은 어떤 목적으로 세컨 계정을 만들었는지 살펴보았다.

여성 세컨 유저에게서도 불쾌감을 주는 언급 열외의 계정들은 존재했다.

음란함에 격을 따지는 건 좀 그렇지만

동물적으로 암컷암컷하게 놀 생각이라 하더라도 인간적 우아함까지 버리고 싶지 않은 당신일테니까! 

뭔가 삐뚤어진 성적 호기심으로 만든 미성년자 계정이나 성매매용도의 계정 같은 것은 논외로 치겠다.

 

그 부분을 제외하고 크게 몇 가지로 정리하자면

 

 

 

 

 

오프 안 해요!

만남을 전제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성적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이전의 성적 경험이나 현재의 경험을 기록하는 부류.

일기장에 쓰면 될 걸 왜 굳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공개된 공간에서 공감받고 싶고 또 누군가의 성적 욕망이 되고 싶은 욕구가 작용한다고 본다.  

불특정다수를 향한 자신의 여성성에 대한 시험이라고 해야할까.

만날 생각이 없기 때문에 훨씬 더 도발적이고 공격적인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여성으로서 현실적으로 드러낼 수 없는 성적 욕구에 대한 억압에 항거하듯이!

살펴보다보니 굉장히 도발적인 컨셉을 가진 유저들이 몇몇 눈에 띄었다.

꽤나 근사하고 영리하고 본능적이었기에 흥미롭게 읽었다.

섹스가 경쟁은 아니지만 분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계정의 여성에게

오프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크녀라는 오명을 뒤집어 씌우려는 시도는 오히려 가여워보였다.

가질 수 없는 걸 흠집내겠다는 어린이 심리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한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그런 계정에서 가끔 순식간에 올렸다 펑하고 사라지는 사진들이 보게 될 때가 있는데

오히려 놀라울 때가 많았다.

여자인 내가 봐도 만지고 싶은 몸. 하악.

글뿐만 아니라 얼굴이 보이지 않는 몸매나 특정부위의 사진으로

기꺼이 관음의 대상이 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즐기는 부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가 종결된 후 새로운 사람을 만날 방법의 하나로 트위터 세컨을 찾는 사람도 있었다.

섹스가 주 목적이긴 하지만 잘 맞는 사람을 만난다면 연애로 발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감을 안고 있는 부류.

가장 걱정하고 우려하며 지켜봤던 부류다.

누구나 외롭고 누군가를 필요로 하지만

그런 연약해진 마음으로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누군가를 안는 방식은

세컨에서라면 상처만 받을 확률이 높아보여서였다.

타인을 향한 선의지가 없는, 일종의 섹스라는 목적을 위해 타인을 대하는 수단으로 대하는 이곳에서

(마치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듯 제 나름대로의 포장을 하긴 하지만) 

당장의 외로움 때문에 만남을 이어나가는 건 그다지 현명한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소모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탈진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다.

내가 말릴 수 있는 방법은 없지 아니한가. 그저 많이 깊게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건데 

실은 세컨에서 가장 상처를 많이 받는 유저가 이 부류가 아닐까 싶다.

- 왜 내가 노파심을 가지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뤄보겠다.

 

 

 

 

 

현재 연애 중이면서 연애, 그 롤러코스터 같은 불안한 감정을 과감없이 글로 표출하여 해소하고

연애 안에서의 섹스, 그리고 그를 욕망하는 글을 쓰는 부류 

그 중에는 애인에게 불만스러운 부분을 다른 남자를 만나 해결하려는 목적을 가지기도 한다.

애인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읽고 있노라면

내게 고민상담메일을 보내는 여자들의 사연과 비슷하여 행간의 고통이 너무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게 글로 표현하고 나서 재회한 애인과의 뜨거운 섹스 얘기가 올라오면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나쁜 관계에서의 좋은 섹스를 하는 건 아닌가 우려되어

로빈 노우드의 <너무 사랑하는 여자들>을 추천하고 싶어진다.

한 때 나도 애인씨와의 관계에서 불안함을 느끼면

바람을 피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다른 남자가 나를 욕망하는 것에서 마음의 평정을 얻곤 했는데 

그런 방식이 궁극적으로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걸 몸소 체험했기에

이렇게 멋지고 예쁘고 솔직한 여자들인데

부디 좋은 남자를 만났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가지고 지켜보게 되더라. - 네네. 오지랖인 거 압니다.

 

 

 

 

 

세컨 계정이 본계화가 된 부류들도 있다. 1.5계정 같은 분위기.

섹스에 대한 자기 욕망이나 경험에 대해서 편하게 털어놓고

자신 일상도 제법 공유하고

세컨에서 친해진 유저들과 야한 농담도 주고 받고

종종 관심종자 놀이도 하면서 가볍게 즐기는 정도로

필요할 땐 오프를 하기도 하고, 온라인 친구들과도 좋은 사이를 유지하면서

발랄하게 자신의 필요를 충족한다고 해야할까.

일상의 섹스화. 섹스의 일상화를 세컨을 통해 누리는 방식이라고 느껴졌다.

 

 

 

 

오프를 통한 섹스! 라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실속적인 용도로 세컨 계정을 하는 부류.

트위터 세컨 내에서 여성 유저들은 일종의 친목을 도모하며 정보 교환을 하곤 하는데

그런 것 없이도 독자적으로 자신의 촉을 믿고

공격적으로 쎅쓰쎅쓰를 해나간다.

그런 면모에 이끌려 다른 여성 유저들이 관심을 가지고 친목을 시도하기도 하는데

개인차에 따라 그걸 받아주기도 하고, 여성 유저에게 전혀 관심없는 부류도 있다.

섹스라는 목적이 분명한 만큼 자신이 원하는 섹스에 뚜렷하기에

자신만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하는 남자들을 만난다.

그 덕분에 오프에서 실패하거나 실망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럼에도 사람 일이라는 게 오직 섹스라는 목적이 뚜렷하다고 하더라도

섹스뿐인 관계의 허망함이 밀려들 때도 있어서

종종 멘탈 케어를 필요로 한다.

 

 

 

 

세분화하려면 더 할 수도 있다.

외강내유 타입의 유저라든가. 입만 까진 유저라든가.

아직 애송애송하지만 자신의 욕구나 여자로서의 자신의 매력을 확인받고 싶은 유저라든가.

어떤 방식으로 세컨을 이용하든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할수록

세컨 계정의 콘셉트를 확실히 잡을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부류의 사람들을 골라 팔로잉하고 팔로워를 구축할 수 있다.

 

 

 

본 계정도 그러하지만 트위터라는 공간은 일종의 콘셉트 경쟁이고

그 안의 콘텐츠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의 문제로 사람들의 관심과 호감을 얻을 수 있다.

 

 

 

당신이 세컨을 하고 싶다면 당신이 왜 세컨을 하고 싶은지부터 분명히 생각해 보자.

 

 

 

 

 

 

 

 

 

 

 

 

 

 

 

 

 

 

금요일 밤에서 토요일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각

친구 M에게서 SOS 요청이 왔다.

SNS를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친구였는데 트위터에 세컨 계정을 만들고 싶어했다.

모 방송에서 나온 세컨 계정 얘기를 듣고 호기심이 생긴 것이었다.

 

 

 

세컨이라니!

부르르르!

몇 년 전, 트위터 <현정> 계정으로

성기를 노출한 프로필을 한 사람들이 대거 팔로잉하고

상대의 뉘앙스를 읽어내는 능력도 없으면서

여성이라는 기호만 확인되면 섹스하자고 멘션을 보내는 불쾌한 일을 겪었는데

일일이 차단하는 것도 힘에 부쳐 화르르 분노하여 계정을 폭파해 버렸던 과거가 떠올랐다. 

 

M의 일을 계기로 세컨 세계를 들여다보기 전까지

나는 세컨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어차피 트위터도 익명인데 뭘 또 세컨씩이나 만드나 싶었다.

 

하지만 M을 돕기 위해 들여다 본 세컨은

특히 여성 유저에게서 흥미로운 지점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녀들의 섹스에 대한 솔직한 욕망을 읽고 있노라면 여성이 가진 힘이 느껴졌다.

섹스 후기들은 글을 쓰는 내게 여러모로 자극을 줄 수 있고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간접 체험도 되었다. 

현재 시점에서 섹스에 대한 어떤 화두가 필요한지 그 주제를 잡는데도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 유의할 점은 그렇다한들 여전히 그 편견이 유효한 세컨 이용자들은 차고 넘친다.

 

 

 

 

 

 

M은 최근 오랜 연애를 종결 지었고

새로운 남자를 만나고 싶어했는데

당분간은 새로운 연애가 아닌 오직 '섹스'에 그 목적을 두고 있었다.

그 정도로 목적이 확실하다면 트위터 세컨은 꽤 좋은 수단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하여 간단하게 트위터의 사용법을 알려주고 어떻게 계정을 운영하면 좋을지에 대한 컨설팅을 시작했다.

좌충우돌하며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는 동안

M에게 해준 조언들을 공유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정리해 보았다.

 

 

 

 

 

이름하여 트위터 세컨 보고서

- 언제나 그러하듯, 지금껏 나의 저작들이 그러하듯 여성용이다. 물론 남성들이 봐도 유용한 여성용이지!

 

 

 

 

 

 

 

 

 

 

그렇다면 우선,

트위터 세컨 계정이란 무엇일까?

 

 

 

사용자마다 자신의 정의가 있겠지만

우선은 2,3,4 번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일부 포함하고 있는 계정이라고 정의하겠다.

M의 트위터에 본 계정도 없으면서 세컨 계정을 만든 사례다. 오직 4번이라는 확고한 목적을 가지고!

 

 

 

 

 

그 목적이 왜 중요한지는 다음 게시물에서 계속.

 

 

 

 

 

 

 

 

 

 

내가 왜 세컨에 대해 언급하기로 결심했는지 약간의 설명을 남긴다.

 

누군가에게는 세컨이 불건전한 방식의 관계라고 보여질 수도 있고

문란하고 혹은 일탈적인 (세커너들은 그런 말 경악할 정도로 싫어하지만) 성격의 공간이라고 느끼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사람이 모여있는 게 아니었다.

오프라인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도 세컨 유저인 걸 발견해서 완전 반가웠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이런 면모도 있었구나 싶어 그녀를 좀더 좋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여성 유저들이 최대한 안전하고 다치지 않는 섹스를 할 수 있도록

공유되어야 하는 정보들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엄연하게 존재하는 관계들인데 모른 척하기보다는 그 방식을 정확히 이해해서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을 기준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세컨 내에도 그런 가이드를 해주는 계정이 존재하긴 하지만 

여성혐오적이거나 남성혐오적으로 치우쳐 있어서 보기 불편한 글도 많았다.

오히려 반목을 조장하고 일종의 루머를 양상해내는 느낌도 있었다.

어디든 관계가 엮이면 말이 많기 마련이지만 그런 식의 불신으론 좋은 걸 골라내기 힘들어 보였다.

 

 

세컨을 차근차근 익혀나가는 동안 M은 침묵수행을 하듯 고수로운 태도을 취하도록 가이드했다. 

자기 기준만 확실하면 주변에 휘둘릴 필요가 없었다.

물론 M도 처음부터 분명한 기준을 가진 건 아니었다. 

세컨을 하는 동안에 정말이지 멍청한 질문을 해대는 통에

내가 미추어버릴 뻔한 적도 여러번이었지만 (M, 미안)

그런 과정을 통해서 M은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M을 통해서 나도 내 틀을 깰 수 있었다. 

어쩌면 멍청하다고 느낀 M의 질문은 인간의 기본적인 열망이자 욕구가 아닌가 싶다.

내가 너무 건조하고 냉랭해서 뭘 그런 걸로 안달복달하냐고 핀잔을 준 걸지도 모른다.

그 과정들도 의미가 있었다.

한동안 나는 지나치게 방어적이고 바삭 마른 사람이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상처 받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모험을 하는 M을 보면서

그것이 거창하게 사랑을 찾겠다는 게 아니라 단지 섹스에 국한된 것일지라도

음란하거나 망측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여성의 성적 본능과 열망을 지지한다는 측면에서도

이 글을 쓰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Q.앱으로 좋은 인연 만날 수 있나요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쓸쓸한 겨울을 보내고 있답니다. 소개팅도 해보지만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기 어렵더라고요. 그러던 중 친구에게 소셜 데이트 앱을 추천받았답니다. 외로운 마음에 깔긴 했는데 본인이 작성하는 프로필이나 사진을 보고 괜찮은 사람인지 판단하는 방법을 잘 모르겠어요. 상대방이 가볍게 접근한다는 느낌을 받아서 불쾌할때도 있는데 어떻게 해야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을까요?
 
 
A. 큰 기대 말고 꼼꼼히 살피세요
20세기말 PC통신이나 2000년대의 채팅 사이트에서의 만남처럼 요즘에는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SNS나 어플을 통해서 인연을 맺는 사람들도 제법 많은것 같아요. 이제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이 되었더군요.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의 경우에는 훨씬 거부감이 적겠죠. 편리할 뿐만 아니라 신속하고 쉽게 다른 사람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일 겁니다. 이 질문을 받고 소셜데이트 앱들을 검색해보니 위치 기반 서비스나 요즘 세대들의 놀이 문화를 접목시킨 다양한 앱이 존재하더군요.
 
새삼 놀라웠어요. 이런 앱의 사용자들은 질문자도 인정했듯이 외롭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그것이 연애를 위한 것인지 하룻밤의 짧은 인연을 원하는 것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물론 상대가 후자를 목적으로 한다 치더라도 그걸 밝히진 않겠지만 연애를 미끼로 사람을 기만할 만한 상대는 분명 피해야겠죠. ‘만나서 얼굴 보고 얘기를 해야 더 친해지지 않겠냐’, ‘잠깐 얘기해봤지만 호감이 간다’며 서로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상대방이 지나치게 성급하게 만나고 싶어 한다면 조심해야겠죠. 
 
상대의 성급한 마음은 질문의 방식에서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낯설기만 한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서 주고받아야 할 기본 정보들이 분명 존재할겁니다. 다짜고짜 어디 사는지, 혼자 사는지 물으면서 가까운 데 있으니 지금 만나자며 남자답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사람을 붙임성 좋고 낯가림 없고 발랄한 사람이라고만 보긴 어렵겠죠.
 
이런 데이트 앱은 한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키워나간다는 느낌보단 기회가 되는 모든 사람에게 접근 가능한 방식입니다. 무작위와 우연에 큰 기대를 품지 않아야겠죠. 게다가 외모나 스펙 등 눈에 보이는 가치를 우선 드러내놓는 방식이기에 듀오의 등급 체계만큼이나 뚜렷하게 인간의 계량화가 존재할 겁니다. 냉정과 냉혹한 반응을 거르지 않고 느끼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에 상처받지 않는 단단한 마음도 필요할 겁니다.

온라인상의 프로필 사진은 이용자 자신이 잘 나왔다고 생각하는 것들로 채울 겁니다. 사진의 각도나 필터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사람처럼 보일 수 있죠. 마치 나르시즘을 채우기 위해 찍어놓은 셀카를 올린 사람들보다는 인상을 파악할 수 있는 상대를 고르는게 좋겠어요. 그리고 사진은 언제나 찰나의 분위기일 뿐이라는 걸 염두에 두세요. 상대가 써놓은 프로필을 읽으며 그 사람에 대해 파악해보는 능력도 키워야 합니다. 취미나 취향 같은 게 비슷하다고 해서 나랑 잘 맞는 사람인 건 아니랍니다. 대화를 이어나갈 하나의 소재는 되어줄 수 있겠죠. 자신을 소개하고 싶은 건지 허세를 부리고 싶은 건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소한 문장이라도 맥락 속에서 그 사람의 의식을 엿볼 수도 있는 것이 글입니다. 세상이 디지털화되어 가는 와중에서도 중요한 건 그런 행간을 읽어내는 능력이죠.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써놓는 글이라 하더라도 글쓴이의 사고가 균형 잡혀 있지 않다면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있답니다.
 
그런 점을 교묘하게 감추고 잘 쓴 글도 있기에 촉이나 감을 맹신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거름망으로써 사용할 수 있는 주의력은 가져야겠죠. 이런 앱에서는 여기서 꼭 누군가를 만나야겠다는 절실한 목적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도 있는 기회가 주어진 정도로 여기고 사람을 관찰하고 자신의 사회적 역량을 테스트해보는 거라 여기고 즐겨보세요.

 

 

 

 

2013-12-25 | 태그 679호, First-s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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