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연애, 버틸 수 있을까요?

남자친구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라는 건 이해해요

하지만 멀리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게 너무 걱정되고 싫어요




From…

저는 22살 J라고 합니다. 제 고민은 제가 곧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남자친구는 26살이고 사귄 지는 6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같은 학교는 아니지만 근처에 살아서 거의 매일 만나다시피 했습니다. 사귄지 3개월 정도 될 때까지는 풋풋하게 데이트를 했지만 그 이후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격정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둘 다 처음 연애하는 건 아니라서 서툰 면은 없었어요. 그렇다고 서로가 특별한 기술 같은 걸 가진 것도 아닌데 속궁합이 정말 존재하는지 저는 ‘이게 이렇게 좋은 거였나’ 싶을 정도이고, 남자친구도 만족스러워하는 게 느껴져요. 보통의 대학생들처럼 데이트 코스를 순방하는 것보다 자취 중인 남자친구 방에서 둘만의 은밀한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 좋을 정도였죠. 불만 같은 걸 품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어요. 그렇게 무릉도원에서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가는 것도 모르고 지냈죠.

저는 재수를 하고 학교에 들어가서 아직 2학년이지만 4학년인 남자친구는 이래저래 진로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와 사귀게 된 것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확실하고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좋았기 때문이었어요. 저랑 사귀면서도 이런저런 계획을 말해주곤 했는데 그중 하나가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것이었어요. 그때는 계획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그는 저랑 사귀는 동안에 차근차근 구체화하고 있었던 거죠.

영어 말고 중국어도 마스터하고 싶어 해서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갑니다. 멀리 떨어지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늘 곁에 있다가 떨어지면 그게 부산이든 중국이든 영국이든 무슨 소용이겠어요. 영어를 배우러 가는 거라면 저도 부모님을 설득해서 같이 떠나기라도 할 텐데, 중국어는 제가 하는 공부와 상관도 없고 관심도 없는 언어거든요. 그렇다 보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떨어지지 않을 방법이 없는 거예요.

안 가면 안 되느냐고 투정을 부려보기도 했지만 그것도 제 욕심이라는 건 알고 있어요. 남자친구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고 시간이라는 것도요.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마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남자친구가 잘생기진 않았어도 어디 가서 빠지는 외모도 아니고, 오히려 무난해서 부담 없는 느낌인데다가 키도 커서 훈훈하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그의 주변을 신경 써서 관리하는 편인데 제가 곁에 없는 외국에서, 그것도 외로움 때문에 심리적인 틈이 생길 수밖에 없을 상황에서 그가 혹시라도 한눈팔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도 있습니다.

이런 불안한 마음을 저만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남자친구에게 넌 내 걱정은 안 되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어요. 그랬더니 우리 둘처럼 서로에게 잘 맞는 사람이 쉽게 나타날 것 같냐며 나를 믿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자기도 그럴 테니까 안심해도 된다고 정말 다정하게 말해주었지만 사람 일이란 모르는 거잖아요. 이렇게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것이 걱정되고 싫은 제 마음이 이상한 걸까요? 늘 함께 붙어 있던 남자친구가 없는데 제가 과연 6개월 동안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To…

연인과 떨어져 지내게 된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걱정되고 싫은 일입니다. 다만 떨어져 지내는 6개월 동안 두 사람이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죠. “서로에 대한 믿음과 진심이 있다면 그 시간을 잘 견딜 수 있을 거예요”라고 안심시켜주는 말도 저는 해줄 수가 없어요. 본인도 말했지만 사람 일이란 알 수 없는 것이니까요.

남자친구가 한눈팔까봐 우려된다는 것도 어쩌면 남자친구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가 아닐까 싶어요. 일종의 거울처럼 자기를 바탕으로 남자친구를 판단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한동안 두 사람은 친밀하면서도 은밀한 시간을 가져왔습니다. 그건 꽤나 중독성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6개월 동안 그의 손길, 체취, 체온 같은 걸 느끼지 못한다니, 그를 통해서 몸이 느끼는 즐거움을 충분히 알게 되었는데 그것에 대한 금단현상도 두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유난히 외로움을 타게 될지도 모르지요.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서로의 꿈을 지지하고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죠. 하지만 동시에 그로 인해 내가 얻게 되는 기쁨을 한동안 누리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결국 단속해야 하는 건 지금 처하게 된 상황이 아니라 내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외국에서 새로운 만남의 기회를 통해 또 다른 설렘을 경험하고 다른 여자를 만날까봐 전전긍긍해봐야 멀리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되는 것이겠죠. 반대로 J양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고요. 그렇다면 내가 준비할 수 있는 건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지더라도 수용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겠죠. ‘믿음’일 수도 있고 ‘다른 기회’를 내가 먼저 찾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떨어져 지내는 동안 최대한 서로 소원해지지 않도록 몇 가지 룰을 정해보세요. 지금처럼 일상을 공유하고 애정을 확인하는 시간을 꼭 가지세요. 멀리 있어서 애틋해진 마음을 자주 표현하면서, 변함없는 마음을 확인하는 거죠, 그러면서 J양 역시 그와 함께하느라 못 했던 일들을 해보세요. 각자의 일상에 충실하게 지내다보면 6개월은 정말 금방 흘러갑니다.

지금 당장은 떨어지기 싫고 불안하더라도 피할 수 없는 일이고 닥치게 되면 버틸 수밖에 없습니다. 남자친구를 따라 중국에 갈 게 아니라면, 6개월 간의 장거리 연애는 정해진 결론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게 싫다면 어학연수를 가기 전에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선언하는 수밖에 없겠죠.




대학내일 721호Love 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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