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과 재회를 무한 반복 중입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니까 안 맞을 수도 있지만 세상에 이렇게 다를까 싶어요.헤어지는 게 답인지 아니면 서로한테 맞춰나가며 인연을 지속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From…

저는 25살 N양이라고 합니다. 제게는 뫼비우스의 띠같이 결코 끝나지 않는 관계로 지내고 있는 동갑내기 친구가 있어요. 이 친구랑은 유치원 때부터 알고 지냈답니다. 그러다보니 서로의 성장 과정을 속속들이 알고 허물없이 지냈죠. 그렇다고 정말 단짝 여자친구처럼 생리 현상을 튼다든지 하는 막역한 사이는 아니고 서로 남자, 여자라는 인식은 있어요. 시간이 맞으면 커피 한 잔 하고 같이 영화 보러 다니는 식이죠. 

이성에 눈을 떠 일찍부터 연애를 하며 늘 남자가 인생의 관심사인 저와 다르게 그 친구는 초식남 스타일이었어요. 여자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학업이라는 자기 본분에 충실하면서 똑똑하지만 까탈스러운 공대남으로 자라더군요. 제가 몇 번의 연애를 하는 동안 정말 한 번도 연애를 안 하더라고요.

그러다 그 친구가 군대에 가게 됐고 간간이 나오는 휴가 때 어울려 놀다보니 정이 들어 친구에서 연인으로 관계가 변하게 됐어요. 서로 알고 지낸 시간도 길고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서로가 좋아한다는 감정을 확인한 이후로는 연애가 수월할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완전 착각이더라고요. 만나다보니 안 맞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결국 다툼과 싸움이 잦아지면서 참지 못 해 이별을 말하고, 그러다 또 몇 개월 후 다시 만나고 헤어지는 악순환을 22살 후반부터 25살인 지금까지 무한 반복하고 있습니다.

친구일 때는 그렇게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연인일 때는 또 다르구나 실감하게 되었어요. 둘 다 연애 경험이 부족해서 이러는 건지 아니면 우리의 사랑이 모자라서 이러는 건지 판단이 잘 서지 않습니다. 헤어짐을 반복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건 알지만 엉켜버린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둘 다 성격이 둥글둥글하지 못하다보니 할 말은 하는 편이고 입장 차이가 생기면 누가 먼저 져주려고 하지도 않는 편인데, 나중에 속을 터놓고 얘기해보면 서로 배려했던 측면도 크더라고요. 서로 조심하고 배려해도 이렇게 각을 세우게 되는 관계가 좋은 건지 모르겠어요. 정말 서로 안 맞는 사람이라는 생각만 확실해지고 있습니다. 

‘나를 사랑한다면 나한테 이럴 순 없어!’라는 생각으로 헤어지자고 말하지만 헤어지고 나면 그 친구 생각이 납니다. 둘 다 헤어졌던 시간에 한눈판 다른 이성은 없었어요. 제가 마음 정리를 제대로 하려고 소개팅을 하고 새로운 사람과 잘 지내봐야지 생각을 하는 날이면, 어떻게 알았는지 귀신 같이 그 친구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저도 단호하지 못해서 그 연락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려 버리고요. 저는 18살부터 22살까지 쉼 없이 연애를 해왔지만 그간 사귄 남자친구들과는 이런 트러블이 없었어요.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니까 안 맞을 수도 있겠지만 세상에 이렇게 다를까 싶어요. 그런 친구와 헤어지는 게 답인지 아니면 맞춰나가며 인연을 지속하는 게 맞는지 현명한 해결책 부탁드립니다.




To…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머리로 아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을 뿐이겠죠. 각자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완벽하게 맞을 순 없다고 생각해요. 서로에게 잘 맞춰주는 노력을 현명하게 해내는 사이를 두고 우리는 천생연분이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요? 아무리 함께 보낸 시간이 길다고 하더라도 친구와 연인은 역할이 다르고 기대하는 바도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베스트 프렌드라고 연인으로서도 잘 지낸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죠. 누구를 만나도 관계에서는 조율하는 기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전 연애에서는 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지만 문제가 없었던 게 아니라 서로 노력을 했겠죠. 두 분 사이의 돈독한 역사에 대해선 알 길이 없지만 오히려 서로 막역한 사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각자 처한 감정이나 상황을 상대에게 굳이 말로 전하지 않더라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좀 싸웠다고 헤어지자는 말이 튀어나오는 것도 관계가 단박에 끝나진 않을 거란 믿음이 작용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보험 심리 때문에 헤어지자는 말을 입 밖에 계속 내뱉으면서 습관이 되어버린 거겠죠.

게다가 이 관계를 지속하더라도 가망이 없는 이유는 결국 문제가 반복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누구 하나가 자신을 굽히고 져주지 않는 이상 그렇겠죠. 그렇다고 한 사람만 져주는 연애는 결코 건강할 리 없고요. 본인도 헤어지는 게 최선이라는 걸 알 겁니다. 다만 연인만 잃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친구도 잃게 되는 상황이 싫은 거겠죠. 그래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사랑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의심도 품어봅니다. 하지만 사랑이 부족해도 헤어지는 게 맞는 거고, 서로 맞춰보려고 노력하는데도 싸움과 헤어짐을 반복한다면 헤어지는 게 나을 겁니다. 이별을 할지 말지 고민할 게 아니라 이번에 헤어지면 어떻게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하지 않을까요? 물론 연을 끊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모질어질 필요가 있어요. 결코 쉽지 않겠지만 친구로도 그를 곁에 두지 않고 버텨보세요. 견디세요. 조금은 성장한, 다음의 연애를 바란다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학내일 719호Love 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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